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해외통신원
[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런던] 여친 몰래 두번 봤죠~

한산했던 런던 극장가가 <엑스맨 탄생: 울버린>(이하 <엑스맨>)의 개봉과 함께 활기를 찾고 있다. 4월30일 개봉한 <엑스맨>을 찾는 발걸음은 영국의 공식 공휴일(Bank Holiday)이 낀 5월 첫째 주말에 이르러 더욱 늘어났다. 브릭 레인과 함께 예술가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유명한 엔젤에서 <엑스맨>을 관람하고 나온 그래피티 아티스트 바실 스톡스를 만났다. 영화가 끝난 직후여서인지 그의 얼굴에는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자신을 <엑스맨>의 빅팬이라고 소개한 그는 여자친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영화와 <엑스맨>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엑스맨>의 개봉은 지난 4월30일이었다. =빅팬으로서 왜 이제야 영화를 봤냐는 질문인가? (웃음) 여자친구에게는 비밀인데, 개봉 첫날 이미 관람했다. 오늘이 두 번째다.

-개봉되기 전에 영화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많은 이들이 다운로드해서 영화를 먼저 봤다고 한다. =그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한데 나는 다운로드해서 영화를 보는 쪽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호기심에 다운로드를 해볼까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바로 마음을 접었는데, 커다란 스크린에서 완벽한 사운드와 함께 봐야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나는 영화를 만드는 쪽은 아니지만, 하나의 예술 장르가 발전하려면 제작진뿐 아니라 수용자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 하는 말인가. =(웃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그래피티의 경우 특히나 벽에 하는 지저분한 낙서라는 인식이 짙어서 고민이긴 하다. 수용자의 이런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그래피티가 발전하기는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제작자뿐 아니라 수용자도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만족스러웠나. =오리지널만큼 환상적이었다. 도입부의 전쟁 시퀀스들은 정말 너무 훌륭했다. 감독의 의도였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이 참여한 모든 전쟁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는 울버린과 세이버투스의 모습에서 전쟁에 중독된 현대인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역시 울버린 팬인가. =울버린도 훌륭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작 만화에서 나는 울버린보다 갬 빗을 더 좋아했다. 절대악도, 절대선도 아닌 아주 재미있는 캐릭터라고 여겨진다. 드디어 영화에 등장한 갬 빗의 카리스마에 완전히 압도됐다.

-악역에 더 매력을 느끼는 타입인가보다. =뭐, 그런 셈이다. <배트맨> 시리즈에서도 조커가 더 매력적이었으니.

-<엑스맨> 시리즈의 무엇이 당신을 이토록 사로잡는가. =내게 영화란 어떤 탈출구 같은 존재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곳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곳. 거기에 특출한 재능이 하나씩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겠나. 나는 그런 판타지가 좋다. 뭐든지 할 수 있고, 될 수 있는 것. 하지만 반드시 정의가 승리하는 세상.

-현실에서는 정의가 승리하지 않는다는 말로 들린다. =음, 우리는 늘 정의가 승리한다고 배우지만 어떤 면에서는 ‘정의로움’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정의 실현’은 내 그래피티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이기도 한데,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나는, 정의가 승리하게 되리라고 믿는 편이다,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