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지수 ★★★★ 액션·스릴러 지수 ★★
뱀파이어가 남자친구라면 뭐가 특별할까? <트와일라잇>은 창백한 피부를 가진, 인간의 존재를 초월한 듯한 아름다움을 가진 존재가 뱀파이어이기 때문에 뱀파이어 남자친구가 특별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십대 소녀들이 전세계적으로 열광했다. 하지만 작가의 종교적 성향 때문인지 뱀파이어 남자친구라는 말에서 즉각적으로 연상되는 삽입-흡혈의 이미지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대신 은근히 감추어졌고, 그래서 애타는 풋사랑이 강조되었다. 그 시리즈에 비교하면 <어두워지면 일어나라>를 위시한 ‘남부 뱀파이어’ 시리즈는 ‘언니들’용이다. 뱀파이어의 피에는 최음제 효과가 있고, 그래서 인간이 그들의 피를 밀거래하기도 한다. 뱀파이어는 인간의 피가 아닌 인공혈액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지만, 되려 인간들이 그들에게 피를 빨리고 싶어한다. ‘송곳니 중독자’들은 뱀파이어에게 물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그에 따르는 쾌락이 있기 때문이다. 잘생기고 아름다운 뱀파이어도 있지만 인간에 비해 절대우위의 힘을 이용해 동네 양아치 노릇을 일삼는 생김새 별로인 뱀파이어도 있다. <트와일라잇>보다 어둡고, 강렬하고, 섹시한 세계인 셈이다.
<댈러스의 살아있는 시체들>은 <어두워지면 일어나라>에서 이어지는 ‘남부 뱀파이어’ 시리즈. 이 시리즈는 <HBO>에서 방영했던 <트루 블러드>의 원작이다. 바텐더로 일하는 인간 수키와 뱀파이어 빌은 우여곡절 끝에 연인 관계가 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는 수키에게 있어, 마음이 안 들여다보이는 뱀파이어 남자친구는 축복과 같은 존재. 하지만 수키와 함께 일하는 래피엣이 죽은 채 발견되고, 수키는 반뱀파이어 단체의 존재를 알게 된다.
<트와일라잇>이 하다 멈춘 ‘뱀파이어 남친’에 대한 상상을 ‘남부 뱀파이어’ 시리즈는 끝까지 밀어붙인다. 심지어 시리즈 후반으로 가면 빌 아닌 다른 남자 뱀파이어들도 등장하고. 또한 미스터리와 스릴러, 액션이 가미되어 있다 해도 어디까지나 로맨스임을 잊지 말 것. 참고로 드라마판인 <트루 블러드>보다 훨씬 말랑거린다. 취향에 맞는다면 더없이 사지가 녹작지근해지는 독서체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