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웃에 살았던 소설가 김별아는 최근 칼럼에서 일년 전의 정국에 대해 “두려워하기엔 너무 우스꽝스럽고, 진지하게 접근하기에는 너무 혐오스러웠”다고 말했다. 우와, 역시 표현이 남달라. 나는 요즘 욕하기에는 너무 ‘골 때리고’, 맨정신으로 대하기에는 너무 ‘무데뽀’인, 어떤 새로운 장르를 대하는 기분이다.
우선 청와대발. “정부는 어린이들이 너무 공부에 시달리지 않도록 할 것.”(그럼 일제고사는 외계인 난민정부 작품인가요?) “대통령을 그만두면 환경운동, 특히 녹색운동가가 되고 싶다.”(어우어 4대 강 다 죽여놓고 녹색페인트 칠한 길에서 철새 모형 매달고 자전거 타시려나봐) 다음은 고려대발. “김 선수의 우승은 (내가 직접 통화를 하며) 고대 정신을 주입시킨 결과이며 고대가 김연아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여기서도 주입교육. 그럼 저에게도 전화로 그 정신 팍팍 집어넣어줘봐봐보세요) “일정액 이상 돈을 내 대학 발전에 기여한 사람의 2~3세를 입학시켜주는 제도는 입시 부정이 아니라 배려.”(총장님. 그건 배려가 아니라 특혜랍니다. 아무래도 우리 애 어린이집 한글 선생님과 통화 좀 하셔야 할듯)
촛불 1주년 기념집회를 원천봉쇄하더니 명동 골목에서 상가 철거작업하던 인부, 공연 보고 나서 애 주려고 돼지모양 머리띠 하고 길 가던 회사원, 중간고사 끝나고 술 먹다 2차로 옮기던 대학생 등을 긴급체포했다. 분명한 ‘알리바이’를 대고도 48시간을 꽉 채워 잡혀 있었다. 이 지경이니 진짜 집회 참가자는 어떻게 대했을까. 심지어 ‘과잉진압 규탄’ 기자회견을 한 이들조차 현장에서 강제연행했다. ‘~사퇴하라’, ‘~중단하라’류의 구호가 경찰의 공무집행에 항의하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나이 마흔 앞두고 전력에 빨간줄 그어질 건 걱정되지 않는다만 혹시 집회장 근처를 지나가다 잡혀가면 애는 어떡하나 싶은 생각부터 들었다.
한마디로 맘에 안 드는 모든 의사표현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건데, 좋아, 그럼 아무 말 없이 한번에 뒤통수 확 치는 건 어때. 우리 사람, 딴 건 몰라도 뒤끝은 작렬인데. 일단 구글로 ‘인터넷 이민’부터 가서 방법을 궁리해야 하려나. 에휴. 내가 참 고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