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의 단편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우디 앨런 영화를 연상시키는, 신경 쇠약 직전의 남자들이 겪는 이야기들이다.
<궂은 날, 영원히 볼 수 있으리>의 화자 ‘나’는 맨해튼 시내에 있는 저택을 구입한다. 부동산 업자는 그에게, 그 집이 스텔스 폭격기보다 훨씬 싼값에 나왔다며 부추겼다. 집을 산 뒤, 집을 개조하려고 보니 개조비용이 타지마할을 보수하고도 남을 정도의 액수로 올라가고 있었다. 서둘러 계약을 한 건축업자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지독하게도 솜씨 없는 인간이었고, 결국 주인공은 샤워도 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공간에 추가 비용만 들이게 된다. 딴에는 머리를 쓴다지만 고민의 결과는 악화일로를 걷는다. 우디 앨런의 소설 속 주인공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우디 앨런 자신과 그의 영화 속 페르소나를 지독하게도 닮아 있다. 가끔은 우디 앨런의 목소리로 진행되는 내레이션이 귓가에 울리는 가운데 영화를 보고 있는 듯 기시감이 들 정도다.
<나의 가치와 몸값은 비례하지 않아>는 촬영감독이 조명 세팅을 하는 동안 스타 대신 지정된 자리에 서 있는 이른바 ‘조명 대역’을 하게 된 한 배우 이야기다. 마침내 주인공이 될 기회를 잡지만 그 내막은 역시 또 하나의 불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