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득키득 웃음 지수 ★★★★ 친구에게 권한다 지수 ★★★☆
<플리즈, 플리즈 미!> <오늘의 커피> <로맨스 워크샵> 같은 기선 작가의 요즘 작품들은 딱 성인 여성을 위한 명랑순정만화다. 이 ‘성인을 위한’이라는 말은 약간 미묘하다. 일단, 전혀 야하지는 않다. 어른만 알 수 있는 대단한 깨달음을 갖춘 것도 아니다. 산전수전 겪어가며 피곤하게 나이드는 여자들을 소소하게 웃기는 재주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기본 인물 구성에 어머니가 게임방을 운영한다는 설정으로 비튼 <게임방 손님과 어머니> 때만 해도 순정보다는 명랑에 더 무게중심이 강했는데 근작들에서는 연애담쪽에 무게중심이 많이 기운 인상이다.
<오늘의 커피>는 커피에 대해서라면 더없이 진지한 바리스타 나기태와 자판기 커피마저 특별한 맛으로 둔갑시키는 가난한 여자 오난지의 이야기다. 두 사람이 최고의 커피를 향해 다가가는 이야기를 그리는데, 커피에 대한 만화를 찾는 사람이라면(그러니까 <신의 물방울>의 커피판을 찾는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중간 중간에 커피에 대한 상식을 보충해주는 코너들이 있긴 하지만 중심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커피를 좋아하는 남자와 커피에 재능있는 여자의 좌충우돌 커피 수련기와 둘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다.
<플리즈, 플리즈 미!>는 <섹스 앤 더 시티>의 명랑만화판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굶주린 승냥이처럼 남자를 찾아 헤매는 도시의 여인들이 겪는 다양한 연애 삽질담이기 때문이다. 같은 연애 이야기를 해도, 토마의 <속 좁은 여학생>이 잔잔한 깨달음을 준다면 <플리즈, 플리즈 미!>는 질펀한 웃음을 주는 편.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의 여자들이 연애문제로 수다를 떨 때 한번쯤 이야기해봤을 법한 문제들이 비엔나 소시지처럼 줄줄이 등장한다. 초반의 반짝이는 재치가 뒷심 부족으로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두려움도 있지만, 딱 지금처럼만 즐겁게 이야기를 끌어가면 좋을 듯. 되는 것보다 안되는 게 많은, 되는 사람 없고 안되는 사람만 많은 이놈의 도시 성인 여성 연애담. 무릎 치며 공감하는 순간이 많을수록 책 덮은 뒤 뒷맛이 씁쓸할 수도 있음을 미리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