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계에서 TV의 등장은 더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기 드라마를 영화로 옮겨 만들거나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드라마로 나누어 제작하는 일은 이미 흔한 방식이 되었죠. 소설과 만화의 입김도 점점 세지고 있고요. 고단샤나 이쿠분도, 소학관과 같은 큰 출판사는 영화 크레딧에도 이름을 자주 올립니다. 일본의 제작위원회 방식은 영화사와 방송국, 출판사와 음반사를 공존의 먹이사슬처럼 묶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프리 프로덕션부터 제작, 그리고 개봉 뒤의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함께 움직입니다. 한국에서도 곧 개봉할 <디트로이트 메탈시티>는 타워레코드와 함께 홍보 캠페인을 벌였고요, 한국에선 부진했지만 일본에선 승승장구 중인 <20세기 소년> 시리즈는 <일본TV>와 도호, 그리고 소학관의 합작품입니다. 일본의 영화계는 어쩌면 더이상 영화사들만의 공간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올해 2월 일본에선 이와 관련해 꽤 우려스러운 뉴스가 나왔습니다. 영화사 닛카쓰의 주식 중 34%가 <일본TV>에 넘어갔다는 내용이었어요. 인덱스홀딩스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연결자회사인 닛카쓰 주식의 상당 부분을 <일본TV>에 팔았다는 겁니다. 이로써 <일본TV>는 닛카쓰의 최대 주주가 되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이러다 닛카쓰가 없어지는 건 아닌가 걱정합니다. 2002년 영화사 다이에이가 경영 불안을 겪다 영화사 가도가와로 흡수됐던 사실을 거론하면서요. 영화사의 이름이 그 회사 영화의 정체성과 관련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닛카쓰의 향후 행로는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특히 이번 경우는 다이에이 때와 달리 영화사의 TV방송국으로의 흡수입니다. 닛카쓰의 영화가 한편 한편 개봉할 때마다 일본의 언론들은 닛카쓰의 속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추측기사를 내놓고 있습니다. 일본의 영화계는 이러다 TV에 장악되는 게 아닐까요.
2009년의 영화계를 전망하면서 일본의 언론들은 TV방송국이 영화에 어떤 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가에 주목했습니다. 영향력이 있을까 없을까가 아닙니다. 이미 TV의 힘을 전제하고 있죠. 일부에선 방송국이 상술만을 생각하지 말고 영화사와 함께 영화적 고민을 해주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일본TV>가 닛카쓰적인 것들을 지켜주길 바라는 거죠. 닛카쓰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역시 그건 <일본TV>의 마음일까요? 닛카쓰의 다음 작품은 마쓰야마 겐이치 주연의 <울트라 미라클 러브스토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