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소지자라면 각 이동통신사의 멤버십 카드 한장씩은 갖고 있었다. 그리고 멤버십 카드 소지자라면 영화 관람료를 2천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었다. 2006년까지의 상황은 그랬다. 하지만 할인된 금액을 부담하는 비율문제에서 극장쪽과 이동통신사쪽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결국 멤버십 카드 할인 제도는 종료됐다. 하지만 2009년 4월부터 몇몇 멀티플렉스 체인과 이동통신사가 공조하는 할인 서비스가 제한적으로 등장했다.
2006년 6월30일 이동통신사와 극장이 맺었던 멤버십 카드 할인제도가 대부분 종료되었다. 당시 이동통신사 멤버십 카드 소지자가 극장입장료 7천원 중에서 1500원~2천원 선을 할인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1999년부터 2002년 전까지 이 할인제도에서 이동통신사가 전액을 부담했지만, 2002년부터 이동통신사와 극장간의 공동분담이 시작됐으며 2006년에 이르러서는 양쪽 부담금 배분 문제에서 심각한 갈등이 터져 나왔다. 결과는 멤버십 카드 할인제도의 종료였다.
이같은 ‘파동’ 이후 대형 극장체인점에서 사라졌던 이동통신사 멤버십 카드의 영화관람료 할인혜택서비스가 제한적이나마 등장했다. 지난 4월1일부터 SK텔레콤은 TTL 멤버십 카드 회원이 주요 멀티플렉스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에서 하루 한 차례 2천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 할인정책을 시작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09년 1분기 한국영화산업 결산 발표 자료에선 “350만명으로 추산되는 SK텔레콤 TTL 멤버십 카드 소지자”가 포함되는 만큼 “향후 상영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리라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2006년의 상황이 극장뿐 아니라 배급시장을 포함한 영화계 전반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는 공감대가 퍼져 있었는데, 2009년의 상황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 극장과 카드회사, 영화계의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통신사·극장 “예전과는 다르다”
이를 두고 ‘3년 만의 부활’이라고 크게 확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SK텔레콤쪽의 입장이다. SK텔레콤 제휴사업팀 최강민 매니저와 배재근 매니저는 그동안 전국적으로 수많은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쪽과 제휴를 맺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할인 서비스가 사라졌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너스라든가 기타 지역 극장들과는 카드 소지자에게 1천원을 할인해주고 VIP 회원에게는 연간 6회 무료 관람을 제공하는 등 제휴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어왔다.” 이번에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에까지 할인 서비스를 확대한 것은 고객 혜택쪽에 가장 중점을 둔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경제불황이 장기화되다보니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혜택에 대해 고객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혜택이 좀더 늘어났으면 하는 고객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회사쪽에서도 그에 부응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채택한 것이다.” SK텔레콤쪽은 이 할인정책이 일회적인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하게 될 고객 서비스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제휴 서비스를 진행하는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의 입장도 비슷하다. 메가박스의 이정아 대리는 이동통신사 회원 중 큰 비율을 차지하는 10대와 20대 회원들, “문화생활을 즐기는 방편으로 영화 관람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대”의 문화적 욕구가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2006년 극장 관람료 할인 폐지 문제 때문에 이동통신사 회원들의 불만이 높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동통신사쪽에서는 회원들의 불만을 감소시킬 수 있고, 극장쪽에서는 이동통신사 회원들의 충성도를 공유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는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롯데시네마의 임성규 과장은 극장 관람료 할인제도가 전체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은 분위기와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기불황이 겹치면서 관객이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 제도를 통해 “관객이 유입되고 사람이 북적거리는 환경을 조성”하는 측면을 기대하고 있다. “6월부턴 큰 영화들이 대거 들어올 테지만, 4월과 5월은 일반적으로 극장가 비수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 문제라든가 관람료 절대 비용을 올려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 제도가 질서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도 있겠지만, 원칙적으로 관람료가 오랫동안 고정된 상태에서 이 서비스의 영향력이 아주 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부담금 비율 문제에는 말 아껴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 중 이 할인제도에 참여하지 않는 CGV의 입장은 조심스럽다. CGV 이상규 팀장은 일단 이 서비스에 대해 “극장이 관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도 쉬운 프로모션”이며 “단기적 효과가 분명 있을 수 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CGV의 모든 프로모션은 영화산업계의 전체적 파이를 키우는 프로모션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동일한 제휴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물론 이후 현장에서 불만 사항이 계속 접수될 경우 아예 안 하겠다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차후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영화계 역시 아직까지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진 않다. 단지 2006년의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영화제작가협회 여한구 부회장은 3년 만에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 이동통신사 멤버십 카드 할인 서비스에 대해 “예나 지금이나 어떻게 운영하느냐의 문제”라고 전했다. 할인된 금액만큼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비용을 공정하게 나눌 수만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관객 수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공조를 해야 하는데, 이게 정답인가에 대해서는 부담금을 나누는 공정성 문제의 추이를 지켜보아야겠다.”
이 상황의 뜨거운 감자인 부담금 비율에 대해서는 SK텔레콤과 극장 양쪽 모두 조심스러워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2006년의 ‘그 일’에 대해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는 입장의 당사자들이 찬성 입장에서처럼 관람료 할인 서비스를 윈윈 전략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혹은 비판적 입장에서처럼 단기적인 대응책에 그치게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영화 관람료의 9천원 인상이라는 문제 역시 일시적으로 잦아들었지만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람료 할인 서비스가 결과적으로 영화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당사자들의 조심스러운 대책 또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