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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로마] 이탈리아 지진은 유다의 책임?

도시 아퀼라가 지진으로 무너져내리고 연일 이탈리아 방송과 신문이 사망자 수를 보도하는 데 열중하는 지금, 다비드 페라리오 감독의 <모든 책임은 유다의 것>(Tutta colpa di Giuda)이 개봉했다. 이런 시기에 뭐 이런 영화를 보냐는 듯 극장 앞은 텅 비어 있다. 그렇지만 극장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좌석을 찾느라 분주하다. 혼자 온 듯한 여성 관객에게 흔쾌히 인터뷰 승낙을 받아낼 무렵 영화는 이미 상영 중이다. <모든 책임은 유다의 것>은 토리노의 발레테 감옥에서 한 공연감독이 죄수들을 공연으로 교화시킨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감옥에서 촬영되었지만 감옥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아니다.

-어떻게 이 영화를 보러 왔나. =지진으로 어둑어둑한 심정을 더 심한 영화를 봐서 깨뜨려보겠다는 마음으로 영화관을 찾았다.

-이렇게 강도 높은 지진은 1980년 캄파냐주의 엘피니아 지진 이후 처음이다. 피해는 없었나. =1980년은 내가 고등학생 때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3천명이었다고 기억한다. 천장이 흔들리고 가구가 좌우로 움직이고…. 그런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아퀼라에는 친구가 산다. 이번 사고현장에 아들과 함께 있었다고 한다. 벽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보고 아이를 업고 거리로 무조건 뛰쳐나왔다고 한다. 다행히 엘피니아 지진처럼 많은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300여명이나 죽고 문화유산이 많은 아퀼라시가 재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언뜻 보아서는 지진과 영화가 같은 말을 하는 듯 보인다. =감옥은 잘못된 과거의 선택을 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지진은 지금까지 쌓아올린 삶으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아마도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데 있지 않을까? 감옥에 간 사람이나 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나 일상에서 멀어지는 것은 고통일 것이다.

-영화 제목만 보면 이탈리아 지진이 모두 유다의 책임이다고 말하는 것 같다. =하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자연의 참사가 신의 처벌이나 어떤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그래도 뉘앙스가 조금 비슷했다. 나는 신의 존재를 믿는다. 하지만 매주 성당을 나갈 정도로 성실한 교인은 아니다. 내가 가진 도덕과 신념이 종교적 개념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처럼 십자가와 유다를 빼놓고 그리스도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탈리아를 이야기할 때 교황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듯이 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십자가나 유다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교황이 보기에 적절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웃음) 종교를 나름대로 재치있게 해석하는 자유는 어디든 필요하다. 오히려 활짝 열려 있는 마음으로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비드 페라리오 감독의 11번째 영화다. =페라리오 감독을 좋아한다. 전작들도 많이 보았다. 개인적으로 복잡한 사람들의 복잡한 심정을 그리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반대로 김기덕 감독의 짧은 대화, 그래서 길게 쉬는 숨처럼 느껴지는 영화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