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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한국 영화음악 멜로디를 줄여요

이번주에는 잘은 모르지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로 방향을 바꿔보려 한다. 한국의 영화음악은 멜로디가 너무 강하고 지나치게 귀에 쏙 들어온다고 할까. 유혹적이고 예쁘고 마음에 와닿기는 하지만 좀 지나치다.

그런 면에서 나는 한국영화의 비주얼과 연기는 높이 사지만 음악에 대해서만은 불만이 많은 유럽 평론가들과 동감이다. 이전에는 단순히 한국영화에는 음악이 너무 많이 사용된다고 생각했었다. 내 외국 친구들은 서울의 카페에서 음악을 너무 크게 튼다고 불평하는데 반해 한국 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보아 문화적 차이가 아닌가 하고 여겼다. 아마도 한국 사람들은 뭔가 주위가 소리로 꽉 차야만 편안하게 느끼는 것인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쩌면 음악이 너무 많이 쓰인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음악이 쓰이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한국 영화음악은 유별나게 하모니보다는 멜로디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한 작곡가는 관객이 극장을 떠나며 그 음악을 허밍하면 그 영화음악은 실패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영화음악은 영화의 비주얼과 이야기를 강조하거나 보충해주어야지 그것 자체로 관객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 노력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에 과장이 섞인 것은 사실이다. 영화사를 놓고 볼 때, 매력적인 음악 덕분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명장면들이 탄생한 경우가 종종 있다. 팝송이 없는 왕가위 영화를 상상할 수 있는가? 그러나 분명한 구분은 있다.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스트라우스 왈츠처럼 강한 멜로디가 들어간 노래가 영화에 쓰일 때는, 기차가 다 지나갈 때까지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기다리듯 이야기는 잠시 멈춘다. 다른 한편 음악이 이야기상의 극적 발전을 강조해야 할 때 작곡가는 멜로디 대신 하모니를 생각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 한국의 영화음악 작곡가들은 기억되기 쉬운 멜로디는 잘 만들지만 영화에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영화에 독특한 느낌을 더해주는 하모니를 만드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몇년 전 <미스 리틀 선샤인>의 도입부 음악을 들으면서 한국 감독들도 이렇게 효과적인 음악을 좀 썼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달파란의 음악은 이런 면에서 성공적이고 그외에도 몇몇 성공적인 예들이 있지만, 대체로 한국 영화음악은 이런 면에서 영화의 약점이 되어왔다.

특히 주류 한국영화가 과거에 비해 신선하지도 독창적이지도 않게 느껴지는 요즘, 한국 작곡가들이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보다 하모니에 기초한 새로운 스타일의 한국 영화음악을 만드는 데 창조적인 에너지를 기울여주길 바라게 된다. 한국영화는 그 분위기를 바꿔줄 음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번역=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