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영화산업 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씨네21>이 칸에서 발간되는 데일리 매거진의 별점평가위원으로 참여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입니다. 승낙하면서 되물었습니다. “그쪽 소문은 어때요? <박쥐>와 <마더>가 경쟁부문에 오를까요?” 금세 답장이 왔습니다. “저희도 올해는 어떤 영화가 경쟁부문에 갈지 도무지 감을 못 잡고 있어요.” 쟁쟁한 감독들의 신작이 너무 많기 때문이랍니다.
오는 5월13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제62회 칸영화제의 라인업이 마침내 발표됐습니다. 박찬욱과 봉준호가 모두 지중해의 휴양지로 향합니다. 박찬욱은 <올드보이>에 이어 두 번째 경쟁부문 진출에 성공했고, 봉준호의 <마더>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국제적인 예술영화 올림픽에서 <박쥐>가 황금종려상을 거머쥘 수 있을까요? 쉽지는 않을 겁니다. 예상했듯이 올해는 거장들의 신작이 잔뜩 포진하고 있거든요. 페드로 알모도바르, 알랭 레네, 미하엘 하네케, 라스 폰 트리에, 두기봉, 리안, 켄 로치, 제인 캠피온, 쿠엔틴 타란티노. 이름만 들어도 숨이 넘어갑니다. 국가별로 보자면 중화권 감독이 네명, 프랑스 감독이 네명입니다. 아시아와 프랑스권 영화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지요. 참. 이창동 감독이 심사위원 중 한명입니다. 그게 <박쥐>의 비상에 도움이 될지는 기다려볼 일입니다.
*경쟁부문 라인업
<박쥐>(박찬욱) <복수>(두기봉) <얼굴>(차이밍량) <봄의 열병>(로우예) <키나레이>(브리얀테 멘도자) <테이킹 우드스톡>(리안) <남아 있는 시간>(엘리아 슐레이만)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쿠엔틴 타란티노) <브라이트 스타>(제인 캠피온) <에릭을 찾아서>(켄 로치) <피시 탱크>(안드레아 아놀드) <예언자>(자크 오디아르) <오리진>(하비에르 지아놀리) <공허로 들어서다>(가스파 노예) <Les Herbes Folles>(알랭 레네) <조각난 포옹>(페드로 알모도바르) <냅 오브 사운즈 오브 도쿄>(이사벨 크와셋) <빈센테>(마르코 벨로치오) <하얀 리본>(미하엘 하네케) <안티크리스트>(라스 폰 트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