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에 살짝 전율했다. 얼마 전 후배가 특이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35세 주부입니다. 삶이 참 힘드네요. 시키는 것 다 할게요. 080XXXXXXX.” 발신번호로 미루어 음란통화를 유도하는 문자메시지였다. 고단수 낚시질인 줄 뻔히 알면서도 멈칫했다. 웬지 서글펐다. 얼굴도 모르는 ‘그녀’의 슬픔이 뭉클하게 다가와서가 아니다. 그 자포자기의 메시지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주변의 현실을 잘 웅변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 삶이 참 힘들다. 이럴 땐 반드시 “글로벌 금융위기 어쩌고”를 등장시켜야 인과관계가 성립되겠지만 생략하자. 아무튼 그 여파는 한국영화산업에도 몰려왔다. 영화계가 ‘참 힘든’ 시간인 것만은 분명하다. <씨네21>이 창간 기념호 때마다 빼먹지 않던 ‘충무로 파워 50’ 특집을 처음으로 포기할 정도니 말이다(62쪽 참조). 이번호로 창간 14돌과 700호를 맞는 <씨네21>도 마찬가지다. 왜 갑자기 판형이 줄었냐고 묻는다면 ‘참 힘들어서’라는 대답 이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 가로 크기는 210mm로 변화가 없다. 세로 크기만 20mm 줄어든 260mm다. 여러 걱정이 있었지만, 비용절감이라는 대의명분을 외면하기 힘들었다.
그렇다. <씨네21>은 이제 14살이다. 아무리 우울해도, 생일은 생일이다. 14년 전, 그러니까 1995년 4월을 떠올린다. 난 <씨네21> 창간멤버가 아니라 이웃집 멤버였다. 공간감각이 당시의 기억을 압도할 만큼 한겨레신문사 2층 사무실은 좁디좁았다. <씨네21> 식구들이 의자를 조금만 뒤로 젖혀도 내가 속했던 <한겨레21>쪽 의자와 부딪혔다. <씨네21> 창간팀이 온전하게 꾸려지기 전의 준비팀은 달랑 세명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한국영상자료원장인 조선희 편집장, 현 씨네21i 사장인 김상윤 선배, 이후 <필름2.0> 편집위원을 거쳐 명지대 교수가 된 김영진 기자의 책상이 사무실 입구에 놓여 들락날락거릴 때마다 힐끗거리곤 했다. 그중 한명인 김영진 교수가 이번호부터 ‘김영진의 점프 컷’(158~159쪽)으로 컴백한다. 격주 연재다. 1999년에 떠났으니, 10년 만의 ‘귀향’인 셈이다.
끝내 물러난 MBC <뉴스데스크>의 신경민 앵커는 마지막 클로징 멘트에서 말했다. “희망을 품은 내일이 언젠가 올 것을 믿습니다.” <씨네21>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희망을 공유하고픈 분들은 창간 14돌 기념 잔치(8~12쪽)에 벌떼처럼 참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