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록 퀸카였던 시절은 없지만, 누구에게나 한번쯤 퀸카의 시절이 있다는 천지애 여사의 말씀대로라면 앞으로 그런 시절이 오겠지? 아흐 아롱디리. 학창 시절 퀸카 중 성적 출중 1과 외모 출중 1 가운데 앞의 1은 거의 전국 석차 다투며 서울대에 갔건만 반백수 남편 만나 고생하다 과외 교습으로 찌들어간다는 소문이 있고, 뒤의 1은 한시절 사교계를 주름잡다 요즘엔 엄마의 식당 일을 거들고 있다는 풍문이 있다. 나름 오지게 잘사는 것들은 오히려 중하위권 애들. 그 시절만 해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아이들 성적이나 미모를 만들던 때가 아니었으니까 이런 인생역전이 가능한 거지.
최근 수능성적 공개 파동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 내용이 없어서다. 농촌보다는 도시가, 특목고 없는 곳보다는 있는 곳이, 공립보다는 사립이 점수가 더 높다는 건 과잉학습과 수면부족으로 키가 초딩 수준인 내 고딩 시조카 친구 영철이도 아는 일이다. 성적 높은 애들 뽑으면 학교 성적이 높아진다는 게 공개된 내용의 전부다. ‘현황을 파악해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겠다’는 게 공개 이유인데, 지자체별로 특목고 어서어서 더 만들라는 소리 같다.
등록금 때문에 사채를 썼다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를 갚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유흥업소에 나가고도 돈 떼먹힌 딸의 소식을, 부모를 협박하러 온 사채업자에게 들은 아버지가 딸을 목졸라 죽이고 자신도 목 매달아 죽었다는 흉흉한 소식이 있었다. 악덕 사채업자의 횡포 중 하나로 꼽힌 사례인데, 등록금 연간 1천만원 시대의 대학이나 ‘요람에서 대학까지’ 모든 책임을 가정에 전가한 국가야말로 악덕 사채업자 중의 사채업자다. 전국예술계열대학생연합은 예술계열에 상대적으로 높은 등록금을 책정하는 것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라고도 한다. 막 성인이 된 아이들이 등록금에 찌들고, 삭발 시위하고, 두드려 맞으며 끌려가는 모습을 보니, 우리가 살림 아껴가며 자식을 대체 왜 키우는지 묻고 싶다. 진정한 ‘내조의 왕도’는 그 어디쯤에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