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4월8일(수) 오후 4시 30분 장소 씨네큐브 광화문
이영화 중년의 산부인과 의사 사라(우티 마엔파)는 건축가이자 교수인 남편 레오(마르티 수오살로)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분노로 똘똘 뭉친 사라는 ‘크리스타’라는 가명으로 외도의 상대인 건축학과 학생 툴리(리아 카타야)에게 접근한다. 유부남의 사랑을 독차지하지 못해 외로워하던 툴리는 사라에게 마음을 열고, 두 사람은 기묘한 단짝 친구가 된다. 그러나 사라가 툴리에게 모든 사실을 고백하면서부터 세 사람의 관계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100자평
<블랙 아이스>는 삼각관계를 소재로 한 매우 흥미로운 스릴러이다. 중년 여성이 남편의 젊은 정부에게 자기를 속이며 접근한다는 것은 흔히 생각할 수도 있는 설정이다. 그러나 영화는 매끈한 그녀의 의도로 이끌어지는 복수극이 아니다. 그녀는 전체적인 그림의 틀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매번 자신의 느낌에 의해 흥미롭게 말을 움직이고, 체스판은 뻔하지 않은 국면으로 점차 나아간다. 영화는 스릴러로서도 부족하지 않은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주지만, 그보다 좋은 것은 심리극으로서의 가치이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스스로도 상처받으며, 남편에 대한 모순적인 감정으로 때때로 혼란스러워 한다. 영화의 모든 주제를 함축한 가면 무도회 장면은 진정한 압권이다. 다만 영화의 마무리가 전반부에 비해 다소 헐겁게 느껴지는 것은 아쉽다. 하지만 매우 독특한 스릴러를 보았다는 알싸한 느낌을 상쇄시킬 정도는 아니다. 황진미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