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상훈(양익준)은 용역업체 창립멤버이자 행동대장이다. 시위대든 채무자든 닥치는 대로 까부수는 더러운 성격은 용역업체 사장인 만식(정만식)도 어쩌지 못한다. 그런 상훈을 몰라보고 여고생 연희(김꽃비)는 ‘맞장’을 뜬다. 된주먹을 맞고서도 자신의 옷에 침뱉은 것을 물어내라고 상훈에게 달려든다. ‘양아치’ 상훈은 그 일로 ‘미친년’ 연희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고, 조카 형인(김희수)의 장난감을 사는 날 만나자고 먼저 전화한다.
제목이 왜 ‘똥파리’인지는 오프닝만 봐도 안다. 철거 직전의 동네에서 어슬렁거리는 이 사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양아치인지 5분이면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상훈은 우는 여자의 얼굴에 침뱉는 놈이다. 성이라도 내면 여지없이 싸대기를 날린다. 제 편 남의 편 안 가리고 주먹부터 날리는 구제불능이다. <똥파리>는 상훈에게 다가갈 조금의 여지도 허락하지 않는다. 잠시 한숨 돌릴라 치면 이혼한 누나에게 쌍욕을 해대고, 출소한 아버지의 배를 냅다 걷어찬다. 상훈은 그저 ‘똥파리’일 뿐이다. 동정의 기미가 보일 때, <똥파리>는 계속해서 각인시킨다. 상훈이는 ‘똥파리’라고.
신기한 건 패륜을 밥먹듯이 저지르는 ‘똥파리’가 쌍욕을 퍼부을 때 폭소가 터진다는 점이다. 그 웃음은 응원도, 동정도, 조롱도 아니다. 조바심이다. 더이상 똥파리가 추락하지 않았음을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영화는 관객의 기대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똥파리가 연희를 만났다고 해서(그녀 또한 상훈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똥파리들과 살고 있다) 꿀벌로 부활할 수 없음을 누차 보여준다. 이를테면 어정쩡하게 시작된 연희와의 데이트 장면들은 몽롱하고 불길하다. 생을 박탈당하기 직전 누군가의 가물가물한 마지막 기억처럼 보인다. 감독이 똥파리를 파국으로 몰아세우는 동안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무마하려 드는 보는 이들의 웃음, 이 기묘한 효과는 폭력에 전염된 젊음을 불행한 가족사로 설명하는 익숙한 설정을 트집 잡지 못하게 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똥파리>의 이러한 장점 또한 두드러지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에서 “딱 한번 웃는” 똥파리 상훈 역의 양익준 감독은 물론이고 생양아치를 아무렇지 않게 상대하는 연희 역의 김꽃비, 능글능글한 용역업체 사장 만식 역의 정만식 등은 꽤 많은 클로즈업 화면에서도 뒤로 빼지 않고 제 감정을 고스란히 토해낸다. 올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VPRO 타이거상 수상 뒤 연일 해외영화제 수상 소식을 전해온 독립영화, 개봉 스크린 수 또한 무려 “60개에 이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