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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기계’가 보여줄 새로운 율동에 대한 설렘 <엽문>
주성철 2009-04-15

synopsis 1930년대 중국, 불산의 엽문(견자단)은 영춘권의 고수로 명성이 자자하다. 하지만 아내(웅대림)와 아들과 조용하게 지내려는 그는 계속 도전해오는 불한당들로 인해 골치가 아프다. 게다가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불산이 일본의 식민지배하에 놓이면서, 일본은 민족혼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불산의 무술가들을 비열한 방법으로 하나하나 격파해 나간다. 심지어 이로 인해 죽게 되는 동료 무술가들이 늘어가자 엽문은 큰 충격에 빠진다. 게다가 생활마저 피폐해진다. 이후 엽문은 제자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던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국민들이 무술을 통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영춘권을 대중화하고, 자신의 무술로 일본에 저항하기 위해 애쓰기 시작한다.

<엽문>을 향한 기대는 두 가지다. 현재 왕가위도 영화화를 준비하는, 이소룡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엽문 선사에 대한 관심과 바로 견자단이라고 하는 당대 최고 ‘액션 기계’가 보여줄 새로운 율동에 대한 설렘이다. 중화권 영화계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김용 작가의 영호충, 장무기로 대표되는 허구의 세계를 버리고 실존인물을 비롯한 거대 프로젝트에 매달렸던 것은 꽤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특히 <무인 곽원갑>(2006)은 물론 지난해부터 방송된 TV드라마 <이소룡 전기>에 이르기까지 실존인물의 경우 외세와의 대결이라는 점을 중요한 갈등 축으로 삼았다. 어쩌면 <엽문>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읽어야 할 것이다.

홍콩 무협영화사를 돌이켜보건대 가장 인기있는 영화화 인물이었던 황비홍을 비롯해 홍희관, 방세옥, 진가락, 그리고 최근 이연걸이 연기한 곽원갑에 이어 엽문은 거의 막내급에 속한다. 그들과 비교해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무술을 구사한 엽문은 영춘권의 대중화에 힘썼던 인물이다. 그러니까 <엽문>은 과장된 동작과 지나치게 현란한 스펙터클을 구사하는 순간 영화 자체가 거짓말이 된다. 견자단이 엽문에 욕심을 낸 것은 그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는 이소룡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1995년 TV시리즈 <정무문>에서 ‘진진’을 연기한 바 있고, 첫 번째 감독 데뷔작인 <전랑전설>(1997)의 경우 이소룡의 <당산대형>(1971)의 영어 제목인 <The Big Boss>를 본떠 <The New Big Boss>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으며, 결국에는 세 번째 영화 연출작인 <신당산대형>(1998)에서 주인공을 겸했다. 말하자면 <엽문>은 스스로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그래서인지 <엽문>에서 보여주는 견자단의 액션 스타일은 이전과 좀 다르다. 먼저 공격하기보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가만히 상대를 기다리는 식이다. 과격하다기보다 안정된 자세에서 단숨에 뿜어내는 스타일이다. <도화선>(2007)처럼 어떤 경계를 넘어선 수준은 아니지만 당대 액션 마스터로서 견자단 개인의 고민의 지점은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더불어 지나치게 ‘항일’에 포커스가 맞춰진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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