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그림 그리며 공상하길 즐기던 얌전한 소년 윌(빌 밀러)은 못 말리는 악동 리 카터(윌 폴터)와 우연히 엮인다. 카터는 순진한 윌을 TV 프로그램 출품용으로 계획 중인 액션영화의 스턴트맨으로 이용하기로 결심하는데, 난생처음 영화를, 그것도 <람보>를 본 윌은, 의도야 어쨌건, 영화 촬영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만다.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액션신을 찍어대던 두 소년은 어느새 절친한 친구가 되고, 의형제를 맺기에 이른다. 그 사이 둘 주변에 영화 만들기에 관심을 품은 다른 소년들이 몰려든다.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은 두 소년의 좌충우돌 영화 제작기를 뒤쫓는 성장드라마다. 대개의 소년들이 적을 우수수 무찌르는 액션영화에 열광하듯 그들이 완성하고 싶어 하는 것도 람보를 구출하려는 전사의 이야기, 그러니까 화끈한 액션과 모험담이 뒤섞인 액션영화다. 카메라를 소유한 ‘리더형’ 리 카터와 아이디어가 넘치는 ‘참모형’ 윌은 영화 제작에 있어 최고의 콤비지만 사실 그들은 성격은 물론이고 나고 자란 환경도 너무 다른 아이들이다. 그런 두 소년을 이어주는 게 영화이고, 영화 만들기는 그들이 유년의 혼돈과 상처를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로 작용한다.
눈에 띄는 건 이 소년들에겐 애초 아버지라는 존재가 결핍돼 있다는 점이다. 아버지를 잃은 윌은 람보라는 상징적인 인물을 대체 아버지상으로 내세운 반면, 재혼한 어머니 아래 자란 리 카터는 함께 사는 형을 절대적으로 추종한다. 특히, 윌의 가족은 대대로 음악감상조차 금기시하는 완고한 교리의 종교를 믿고 있는데, 그래서 그는 영화는커녕 교육용 TV다큐멘터리조차 본 적이 없다. 생애 최초로 영화 <람보>를 보고 그 혁신적인 즐거움에 눈뜬 윌은 스스로를 ‘람보의 아들’(son of Rambow)이라 부르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은근히 속 깊은 리 카터에게도 무덤덤했던 형이 마음을 열어 보이는 기적 같은 순간이 다가온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의 가스 제닝스는 SF코미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재기발랄한 입담을 마음껏 선보인다. 원작 자체가 범우주적인(?) 에피소드로 버무려져 있기에 따라가기 힘들었던 전작보다 자신의 장점을 좀더 확실히 증명하는 느낌이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카메라 앞에 선 경험이 전무한 아역배우들, 빌 밀러와 윌 폴터의 사랑스러운 연기다. <가십걸>의 애청자라면 리 카터의 형으로 캐스팅된 배우 에드 웨스트윅의 등장이 반가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