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저차 월급쟁이 생활 청산하고 다시 재택 알바로 돌아왔다. 그 이름도 빛나는 엄마·주부 타이틀이 있으니 크게 아쉽진 않다. 돈 문제 빼곤… 흑. 당분간 집앞 슈퍼 외출도 자제하고 납작 엎드려 지내야지. 나가면 다 돈이다. 나의 ‘귀가 소식’을 들은 이웃집 아기 엄마가 누룽지와 함께 이 책을 건넸다. <우리 엄마가 달라졌어요>. 제목만 봐도 제 발 저린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 “나는 지금 <아이가 나를 미치게 할 때> 읽고 있어요.”
직장 다니면 연월차라도 있지만, 집에 있으면 연월차는커녕 주말도 없는 24시간 노동이다. 뛰쳐나오기 전에는 잘릴 염려 없는 ‘완전 고용’이라는 것에 안도해야 하나. 최근 한국인의 ‘가족 피로’ 현상을 분석한 장경섭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근대화는 24시간 기계 돌리듯, 가족을 풀가동하는 ‘가족 동원 체제’에 의존해 이뤄졌다”면서 “육아, 교육, 부양의 역할을 가족에게 맡겨둔 채 국가는 모든 자원을 성장과 고용창출에 집중시켰던 것으로 국가나 사회의 짐을 가족이 대신 짊어졌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의 ‘엄마 신드롬’도 사회적 위기 국면마다 작동하는 가족 의존 메커니즘일까.
며칠 근육통을 동반한 감기몸살에 시달렸는데, 병원 간호사 왈, 애들이 한바탕 앓고 나자 엄마들이 줄지어 다녀간단다. 한낮 기온이 여름 날씨로 치솟았다는 날 목도리까지 두르고도 오돌오돌 떨며 마감 시간에 임박해 경기교육감선거를 했다. 작은애 포대기로 들쳐업고 큰애는 양말도 못 신긴 채 유모차에 태워와 투표하는 엄마도 봤다. 뉴스에서는 ‘시민의 힘’이라고 선거 결과를 평가했던데 나는 ‘엄마의 힘’이라고 하고 싶다(대체 애도 안 딸리고 감기도 안 걸리고 특근·잔업도 안 한 경기도민들, 왜 투표 안 한 거니? 엉?).
태광실업 박 회장님의 ‘연차 수당’ 수령인 리스트에 전직 대통령의 “저의 집(사람)”도 포함돼 있다는 걸 전직 대통령의 사과문을 보고 알았다. 사과문은 국민 상대로 쓴 게 아니라 검찰 상대로 쓴 것 같았다(대통령이 되어도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으면 이런 돈 받고도 법적 처벌이 아니라 법적 평가만 받으면 된다는 말씀이야?). 다음날에는 “내가 아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는 프레임이 같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또 올리셨다. 좀더 지켜보건 말건, 진실은 남편이 대통령쯤 돼줘야 와이프가 ‘연차 수당’을 받는다는 거다. 아우, 안되겠다. 애 돌반지라도 팔아서 스스로 연차 수당 마련해야지. 환율은 내려도 금값은 고공행진이잖아. 좀더 지켜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