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아름다운 답 찾기 <용의자X의 헌신>
정재혁 2009-04-08

synopsis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도쿄 시노자키 하수처리장 근처 공터에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됐다. 옷은 모두 벗겨져 있었고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게 얼굴은 돌로 짓이겨 있었다. 피해자의 이름은 토가지 신지(나가쓰카 게이지). 전직 호스티스이자 현재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는 하나오카 야스코(마츠유키 야스코)의 전남편이다. 경찰은 하나오카 야스코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하나오카의 알리바이는 완벽하다. 사건을 맡은 쿠사나기(기타무라 가즈키)는 자신의 대학 동창인 물리학 교수 유카와(후쿠야마 마사하루)에게 도움을 청하고 둘은 하나오카 옆집에 사는 대학 동창인 이시가미(쓰쓰미 신이치)에게서 사건의 새로운 실마리를 발견한다. 물리학 천재라 불리는 유카와와 대학 시절 ‘천재 중의 천재’라 불렸던 수학 교사 이시가미가 벌이는 추격자 게임. 문제는 어떻게 풀릴 것인가.

“이 답은 아름답지 않아.” 이미 30여년 전 미국의 하켄과 아펠 교수가 증명한 4색 문제를 이시가미는 답이 아름답지 않다는 이유로 다시 푼다. 컴퓨터도 사용하지 않고 손에 색연필을 들고 노트를 몇장째 넘기는 중이다. 살인사건을 둘러싼 물리학자와 수학자의 대결이라 할 수 있는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은 사실 아름다운 답찾기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형사가 추측한 살인에 대한 시나리오를 시작으로 물리학자 유카와가 새로운 답안을 제시하고 이를 본 수학자 이시가미가 기존의 답안을 반박 증명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완벽한 수식, 그리고 그것을 완성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들. 하지만 여기에 허점이 생긴다. 논리에 의해 움직이던 세계가 예상하지 못한 미지수 X에 의해 흔들린다. 사랑·질투·헌신이라는 수학으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지수들이 들어와 수식을 어지럽힌다. 평생을 수학에만 매달렸던 이시가미를 세상 밖으로 움직이게 했던 X,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라 말하는 유가와 교수를 감정에 빠뜨린 X. 결국 아름다운 답찾기는 X의 등장으로 실패한다. 원작의 줄거리를 그대로 가지고 온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은 아름다운 수학의 세계를 지향했으나, 아름다운 여자에 발이 걸려 살인자가 되고 만 남자의 사랑 이야기다.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은 2007년 일본에서 방영된 드라마 <갈릴레오>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작품이다. 우선 두 작품 모두 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갈릴레오>는 <탐정 갈릴레오>와 <예지몽>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용의자 X의 헌신>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가져왔다. <갈릴레오>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유카와 교수와 우츠이 형사는 영화에서도 주인공이다. 영화는 드라마에서 매번 하나씩 소개됐던 불가사의한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이는 <용의자 X의 헌신>이 <갈릴레오>의 연장선이라는 표식처럼 보인다. 유카와 교수의 트레이드 멘트 “매우 재밌어”도 영화에서 계속된다.

연출자 역시 드라마 <갈릴레오>의 연출자와 동일하다. 니시타니 히로시 감독은 드라마의 한회처럼 영화를 만들었고, 그런 이유에서 영화는 원작 소설을 드라마로 쌈 싼 듯한 구조다. 소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드라마 <갈릴레오>에서 유카와와 우츠이 콤비가 해결했던 사건의 하나처럼 안겨 들어갔다. 소설에서 사건을 주도해 풀어가는 쿠사나기의 역할은 크게 줄었고, 조언자에 가까웠던 유카와가 이시가미와 맞대결을 벌인다. 영화 한편으로만 보기엔 좀 기형적인 모양새다. 하지만 영화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무리없이 각색했다. 추리에 필요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곁가지 에피소드와 사건들을 깔끔하게 다듬없다. 원작에서 보였던 다소 과한 말들과 인물에 대한 심리 묘사는 오히려 영화의 생략에 의해 그럴싸한 그림으로 완성됐다. 니시타니 감독은 ‘아름다운 답안 제시’에 나름 성공했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