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도 경사로 지어져 “기울어진 저택”이라 불리는 유빙관에서 살인이 일어난다. 대부호 하마모토 고자부로가 소유한 이 별장에는 그가 초대한 손님들과 고용인들, 딸 에이코와 친구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묵던 중이었다. 모두 모인 첫날 밤 손님 중 하나가 “흉터가 있는 얼굴”을 3층 창문 밖에서 봤다며 소리를 지르는데, 다음날 아침 운전사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의 시체로 발견된다. 흔적없는 처녀설 위에 뉘여진, 사람 크기의 목없는 인형이 기이함을 더한다. 그리고 사건을 수사하러 형사 세명이 출동한 날, 또 한번의 밀실 살인이 일어난다.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는 1982년 일본에서 출간된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다. 제목의 “기울어진 저택”은 살인의 배경이자 미스터리를 푸는 거대한 열쇠. 지하와 2층은 이어졌지만 1층에서 2층으로 바로 갈 수 없고, 어떤 방은 건물 밖에서만 출입이 가능한 수수께끼 같은 건물이다. 소설은 건물의 투시도, 시체가 발견된 방의 평면도 등을 제시하는데, 형사 중 하나가 장황하게 저택 구조를 설명하자 나머지 형사들이 “으음, 복잡하군! 전혀 모르겠어!”라고 대꾸하는 것처럼 몰라도 그만이다. 탐정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의 2번째 이야기로, 시종일관 익살꾼 노릇을 하는 미타라이의 활약이 미미한 것이 아쉬운 점. 애거사 크리스티와 김전일의 팬이라면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