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당신이 연기한 워 딜러 장군 역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 =캐릭터가 와닿은 건 아니었다. 내겐 이 이야기의 아이디어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영화를 고를 때 캐릭터가 아니라 스토리를 고려하는 편이다. 스토리가 마음에 든다면 캐릭터는 만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특히 이번 영화는 젊은이들에게 주변 사람과 다른 게 결코 나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이 좋았다. 자기가 남다르다는 사실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게 오히려 큰 자산으로 돌아올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영화에서 수잔은 키가 아주 크지 않나. 하지만 그녀는 그런 특성 때문에 친구들도 구하고, 지구도 구한다. 게다가 캐릭터를 목소리로 연기하는 건 매력적인 작업이다. 단지 목소리를 빌려주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를 실제로 연기하는 것이니까. <24> 찍던 중에 이 작업에 참여했는데 평일에는 심각한 잭 바우어를 연기하고, 주말에는 이렇게 재미있는 역할을 연기해서 균형이 잘 맞더라.
-감독이나 스탭들이 캐릭터의 어떤 특성을 살려달라고 부탁하진 않던가. =특별히 요구받은 건 없었다.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를 창조하는 과정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캐릭터의 목소리를 아주 재미있게 만들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벅스 바니>의 일부 장면을 참고하기도 했고.
-목소리 연기는 실제 연기와 어떻게 다른가. =낮과 밤, 오렌지와 사과처럼 완벽히 다른 작업이다. 목소리 연기는 몸으로 표현할 필요없이 캐릭터에 빠져들어 감정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폰부스>에서도 많은 부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로만 출연하는가 하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다큐멘터리에서 내레이터 혹은 목소리 연기로 여러 차례 출연한 바 있다. 목소리 연기의 묘미라면 어떤 것인가. =각각의 작업들은 개별적인 것들이다. 예컨대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을 맡는다면 내 목소리를 그대로 내면 되지만, <몬스터 vs 에이리언>의 경우는 캐릭터를 창조해야 하는 작업이다. 차이가 크다.
-3D애니메이션이 차세대 영상매체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하다. <몬스터 vs 에이리언>은 작지만 값진 첫 번째 퍼즐이다. 3D영화는 앞으로 영화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나 제임스 카메론 같은 유명 감독들도 이에 동의한다. 더군다나 테크놀로지는 그 자체보다 어떻게 쓰이는가가 무척 중요하지 않나. 3D는 관객이 영화 자체에 빠져들게 만드는 기술이다. 50, 60년대 3D영화들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느꼈고.
-<24> 시즌7이 곧 한국에서 처음 공개된다. 이전 시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스토리라인 중 한국 시청자가 주목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관객은 모두 자기 나름대로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마련이니 특정한 부분을 예를 들고 싶지 않다. 어쨌든 이번이 가장 훌륭한 시즌이 되리라 생각한다. 잭 바우어는 자기 인생을 조금 더 깊이있게 성찰하게 될 거다. 그게 이번 시즌에서 흥미로운 점이 될 거고. 직접 보기 전까지 조금만 기다려달라.
-2001년부터 잭 바우어라는 인물을 맡아 연기한다. 한 캐릭터를 그렇게 오랫동안 연기하는 느낌은 어떨지 궁금하다. =TV드라마에 출연하는 건 무척 색다른 경험이다. 시리즈물로 기획되니까. 처음이나 끝이 없고, 매주 끊임없이 변주된다. 잭 바우어도 그렇다. 시즌7의 잭 바우어는 시즌1의 잭 바우어와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캐릭터가 아주 작은 디테일에서부터 계속 바뀌는데, 내겐 아주 큰 도전이었다. 배우로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고. 그래서 여전히 흥분되는 작업이다.
-무대인사를 할 때 한예슬과 친근해 보이던데 그녀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처음 느꼈던 건 그녀의 목소리가 리즈 위더스푼과 아주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제프리 카첸버그는 해당 캐릭터의 목소리로 어떤 사람들이 캐스팅되는지 무척 신경쓰는 모양이더라.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인상적이었고, 그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물론, 오늘 아침에 처음 봤지만 아주 사랑스러운 사람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