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바우어’ 키퍼 서덜런드가 한국을 찾았다. 드림웍스의 대표 제프리 카첸버그와 함께라니 무고한 생명을 구하려는 목적은 아닌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번엔 무슨 미션 때문일까. 드림웍스의 신작 애니메이션 <몬스터 vs 에이리언>의 한국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아니 몬스터 군단을 급파해 외계인 악당을 무찌르기 위해서다.
<몬스터 vs 에이리언>은 사뭇 깜찍한 발상에 기댄 3D애니메이션이다. <플라이>(1986), <해양괴물>(1954) 같은 고전 SF·호러·괴수영화의 캐릭터부터 외계인과 지구인이 손가락을 맞대는 <E.T.>의 장면을 비롯해 영화 속 명장면들까지 서슴없이 패러디한다. 드림웍스의 트레이드마크인 풍자정신을 다시 한번 느낄 만한 부분이다.
주인공은 몬스터 5인조, 평범한 아가씨였지만 하필 결혼식날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에 맞아 몸집이 불어난 ‘거대렐라’ 수잔, 젤리덩어리 밥, 미치광이 과학자 닥터 로치 박사, 물고기 인간 미씽링크, 거대한 벌레괴물 인섹토사우르스지만 서덜런드가 연기하는 몬스터들의 지휘자 워 딜러 장군 등 광기 어린 조연들이 함께 등장해 코믹한 색채를 더한다. 거기다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이라면 이 애니메이션이 기획단계에서부터 3D로 준비한 획기적인 작품이라는 사실.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은 물론, 피부나 머리카락 같은 디테일, 돌덩이가 튀고 먼지가 이는 등의 배경 효과에 이르기까지, 팝업북을 펼쳐보는 것처럼 대단히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구구절절한 설명에도, 특수고안된 안경을 쓰고 관람해야 하는 이 선구적인 3D영화가 어떤 충격으로 다가올지 모르겠다면 카첸버그의 명쾌한 말에 귀기울이시길. “그림은 한번 보는 게 천 마디 말보다 낫다고들 한다. 3D영화는 한번 보는 게 삼천 마디 말보다 낫다.”
3월26일 오전 10시 CGV용산. <몬스터 vs 에이리언> 시사회가 열리기 전 키퍼 서덜런드와 제프리 카첸버그, 한국어 더빙판에서 수잔의 목소리를 맡은 배우 한예슬이 인사말을 건네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미국 TV시리즈 <24>의 인기가 남달라서일까. 이른 시간부터 적지 않은 취재진이 몰렸다. 생애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는 서덜런드는 밥 인형을 데려와 포즈를 취하는 등 친근한 태도로 이에 화답했다.
드림웍스의 대표 제프리 카첸버그 인터뷰
“매우 길었다, 매우 비쌌다”
-드림웍스에선 최초로, 기획단계에서부터 3D로 준비한 영화다. 3D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3D의 기본 요소들이 몇년간 매우 향상됐다고 생각한다. 안경, 프로젝션, 디지털 도구 세 가지를 토대로 훨씬 향상된 3D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런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
-제작기간은 얼마이고 제작비는 얼마나 들었나. =5년이고, 1억6500만달러다. 매우 길었고, 매우 비쌌다.
-다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도 모두 3D로 기획해 제작할 생각인가. =그렇다.
-리스크가 많으리라 짐작되는데.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1년 전에 비해 올해 3D 상영이 가능한 상영관 수는 2배로 늘었다. 로마도 하루 만에 만들어진 건 아니지 않나.
-SF나 호러, 괴수영화 등을 다양하게 패러디하는 작품이다. 이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출발했고, 누구의 것인가. 드림웍스의 다른 애니메이션 역시 풍자성이 강하다는 점이 인상적이던데. =스토리텔러와 감독들이다. 패러디가 우리가 추구하는 유머감각이 아닐까 싶다.
-2001년 어느 인터뷰에서 “드림웍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75년사에 가장 성공한 독립영화사일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상황이 많이 바뀌었을 텐데,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나. =드림웍스는 여전히 야심차게 성장하는 작은 회사다. 우리 영화들이 널리 사랑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지난 5년을 짚어보면 드림웍스는 매년 2편씩의 영화를, 그래서 총 10편의 영화를 출시했다. 동일한 기간 동안 픽사와 디즈니가 합쳐서 10편의 영화를 선보였고, 그 영화들은 3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우리가 만든 10편의 영화들은 48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나는 그런 성취가 자랑스럽다. 드림웍스라는 작은 회사가 특별하게 자라고 있다는 게 매우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