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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티켓] 아낌없이 퍼주다 흔들린 나무
김용언 2009-03-30

영화명: <아낌없이 주는 나무> 관람자: 박연차 회장

‘박연차 리스트’가 초미의 관심을 모은다. 애초에 수사는 200억원 이상의 세금 포탈건으로 지난해 11월 검찰에 고발됨으로써 시작됐다. 나이키 제조 수출로 잘 알려진 태광실업의 박연차 회장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MB정부에 이르기까지 전·현직 정치인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 법원·검찰·경찰 고위 관계자, 국세청 간부, 기업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박 회장 소유의 진해 땅 고도 제한 완화를 위해, 인사편의 제공 청탁을 위해, 차기 국세청장을 노리던 사돈을 위해, 세무 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현금 및 달러, 백화점 상품권, 나이키 운동화 등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선한 의지를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아낌없이 뿌리고도 정작 원하던 대가들은 제대로 현실화되지 못한 채 결국 2009년 한국을 뒤흔드는 거대한 ‘게이트’의 주역으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딱하긴 하다. 저자 쉘 실버스타인이 1973년 낭독까지 겸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 단편애니메이션을 권하고 싶긴 한데, 권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인지. 안구에 습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