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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관점을 바꾸는 마법

젊은 감독들이여, 한달에 한번은 영화와 전혀 관계없는 책을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자신에게 익숙한 상황과 인물들로 만들어지지만, 그가 훌륭한 감독인 것은 바깥의 다양한 관점에서 그 인물들을 볼 수 있는 능력 덕택이다.

영화감독의 개인적 경험이 영화의 폭이나 질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언뜻 보기에는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나 캐릭터의 성격을 설정할 때 감독 개인의 기억이나 경험에 의존하게 마련인 것 같다. 그러나 정말로 그럴까? 어떤 감독들은 아주 좁은 범위의 경험을 통해서도 걸작을 만들어낸다. 프루스트 같은 소설가는 거의 자신의 집을 떠나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며, 조르지오 모란디 같은 화가는 자신의 부엌에서 정물화만을 그렸다.

위 같은 경우가 존재하긴 하지만, 많은 영화학도와 젊은 감독들이 모두 비슷한 배경에 비슷한 인물들을 등장시킨 영화를 만들어내는 걸 보면 좀 답답한 기분이 든다. 이런 때 나는 젊은 감독들에게 세상에 나가 특이한 장소들도 방문해보고 일상생활 속에서는 절대 마주치지 않을 법한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경험해본 뒤 영화를 만들라고 해주고 싶다. 너무 단순한 충고인가?

어떤 문화에서 오래 산다고 그 사람의 관점이 바뀌지는 않는다. 나는 미국을 떠나 다른 곳에서 오래 살아보기 전에는 미국 문화를 정말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은 유망한 감독이라면, 외국에서 좀 살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자기 집을 떠나지 않고도 새로운 관점을 갖는 것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고아원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은 세상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해주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영화감독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많은 경험의 축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경험을 바깥의 관점을 통해 볼 수 있는 능력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자신에게 익숙한 상황과 인물들로 만들어지지만, 그가 훌륭한 감독인 것은 바깥의 다양한 관점에서 그 인물들을 볼 수 있는 능력 덕택이다. 이것이 홍상수와 그의 모방자들간의 가장 중요한 차이다.

물론 영감을 얻는 것은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유용하다. 영감은 아무것도 없는 데서 창조적인 생각을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전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영역들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예기치 않은 쪽으로 마음을 기울여 보는 감독의 능력이 좋은 영화를 만든다. 물리적 의미에서 멀리 여행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는 않다. 젊고 유망한 감독들에게 딱 하나의 충고만 한다면, 매달 영화와 관계없는 책을 한권씩 읽을 것을 권장한다.

번역=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