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부제는 ‘조승희 프로파일’이다.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과 그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의 심리를 파악하고자 노력한 논픽션이다. 후안 고메스 후라도는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로, 사건 직후부터 현장취재를 통해 이 책을 완성했다.
2007년 4월16일 새벽 4시59분부터 오전 9시51분까지 조승희의 행적에 대한 꼼꼼한 기록이 가장 눈에 띈다. 조승희의 첫 번째 살인을 일별한 뒤, 총기난사사건을 막을 수 있는 지점은 없었는지를 차근차근 짚어간다. 시종일관 강조되는 것은 조승희가 대화 상대가 없는 외톨이었다는 사실이다. 조승희가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버지니아공대 노리스홀에서 한 말은 단지 “안녕, 잘지내?”(Hi, how are you?)가 전부였다. 이 책의 말미에서는 그 한마디가 갖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오싹하게 깨닫게 되는 순간을 맞는다. 설명도 변명도 아닌, 일정한 거리를 지키는 르포타주 특유의 서술 방식은 이 책의 가장 돋보이는 매력 중 하나. 또한 이 책은 미국에서 사는 (한국인) 이민자들 삶의 일면을 이해하게 해 주는 흥미로운 보고서이기도 하다. 조승희의 심리 상태를 엿보게 해주는 그의 희곡 <리처드 맥비프>도 함께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