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을 연상시키는 <마담 보베리>는, 영국 작가 포지 시먼스가 그리고 쓴 ‘그래픽 노블’이다. 좀더 정확하게는 ‘그래픽+노블’이 맞겠다. 말풍선이 등장하는 만화와 줄글이 한 페이지 안에 뒤섞여 전개되기 때문이다. 제목이 말하듯 <마담 보베리>는 <보바리 부인>의 줄거리에 상당 부분 기대어 간다. 하지만 그 자체로도 독립적인 이야기라서 패러디나 각색, 그 어떤 말로도 완전한 설명이 불가능하다. ‘패러디+각색+오리지널’이라고 하면 또 모를까.
이야기는 젬마 보베리의 죽음에서 출발한다. 화자는 주베르라는 이웃 남자다. 평소 젬마를 흠모했던 주베르는 유품에서 일기장을 훔쳐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는데 일기문, 주베르의 독백, 몹쓸 상상이 자유롭게 펼쳐진다. 얼핏 젬마의 삶은 <보바리 부인>의 주인공 엠마의 삶과 복사판이다. 영국인 젬마는 찰스 보베리라는 이혼남과 결혼해 프랑스 노르망디로 건너왔다. 노르망디에서 젬마는 불륜을 저지르고 빚 독촉을 받고 죽음에 이른다. “그녀의 죽음은 모두 나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주베르 때문에 우스꽝스러운 서스펜스도 발생한다. 일견 산만할 듯하지만 이 책은 놀라울 만큼 유기적인 구성으로 흡입력을 발휘한다. 영국식인지 프랑스식인지 모를 심각하고 진지한 농담도 여러 번 소리내 웃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