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를 알면 더 재밌다 지수 ★★★★ 하드보일드가 좋다 지수 ★★★★
요 몇년 새 재밌는 소설을 쓰는 미국 소설가들을 새로 꽤 발견했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조너선 사프란 포어,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의 주노 디아즈, <사랑의 역사>의 니콜 크라우스… <유대인 경찰연합>의 마이클 셰이본도 그중 하나다.
대체역사소설인 <유대인 경찰연합>은 SF와 판타지 소설에 수상하는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받았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알래스카에 유대인 정착촌이 건설되었다는 가정 아래 이야기가 진행된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박해받는 유대인들을 위해 알래스카에 유대인 정착촌을 세운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런 계획에 따라 알래스카 싯카 특별구에 유대인들이 자리를 잡는데, 60년 뒤에 미국 본토에 땅을 반환해야 한다는 조건 아래서다.
주인공인 형사 랜즈먼은 싯카 특별구에 산다. 영토 반환을 앞두고 어수선한 시기다. 이혼 뒤 술독에 빠져 살던 그가 지내던 호텔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약물중독에 빠진 한 유대인이 총에 맞아 죽은 것이다. 전문킬러의 소행으로 보이는 사건이다. 랜즈먼은 사건에 흥미를 느끼고 이리저리 캐고 다니기 시작하는데, 살해된 남자가 유대인 마피아 수장의 외아들임을 알게 된다. 게다가 그는 한 세대에 한 번씩 태어난다는 메시아의 가능성을 지닌 인물이었다.
어디까지나 하드보일드 탐정소설로 흘러가기 때문에(반전은 보너스!) 이야기의 배경이나 소재를 샅샅이 알아야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게 단순히 문화유적만의 일은 아니라서, 더 알고 있다면 더 재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진하게 느낄 때도 있다. 마이클 셰이본의 <유대인 경찰연합>을 읽으면서는 미국사회나 유대인의 문화, 그리고 체스를 좀더 잘 안다면 훨씬 풍부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유랑하는 유대인’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더 깊게 다가오는 책이다. 이 소설이 ‘가정’하는 대체역사의 의미는 체스를 둘러싼 지식과 상징보다 더 묵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분노의 저격자> <밀로스 크로싱>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이어지는 코언 형제의 필모그래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대인 경찰연합>이 그들의 차기작이라는 사실에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