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패션지 기자를 꿈꾸는 쇼핑광 레베카(아일라 피셔), 그녀에게 쇼핑은 행복이고 생활이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갚을 길이 막막한 신용카드 결제일이 다가왔는데,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았다. 돈벌이를 하려고 면접도 봤지만 모두 낙방. 우연히 경제지 에디터로 일하게 되지만 경제의 ‘ㄱ’도 몰라 실수 연발이다. 그러나 패션을 소재로 한 경제 칼럼을 쓰면서 인기를 얻고, 훈남 편집장 루크(휴 댄시)의 사랑도 받게 된다. 그런 레베카의 발목을 잡는 남자가 있었으니, 카드값 갚으라며 스토커처럼 따라붙는 수금원 데릭이다.
이 여자 한심하다. 능력도 안되면서 물욕 앞에 번번이 무릎을 꿇는다. 그러나 대책없는 씀씀이에 눈살을 찌푸릴 누군가도 이 ‘쇼퍼홀릭’이 말하는 쇼핑의 위안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쇼핑한 뒤 레베카는 “말랑한 버터가 따뜻한 토스트 위에서 녹아내리는” 행복을 느낀다. 세상이 다 아름답다. 그녀에게 쇼핑이란 지긋지긋한 현실의 달콤한 도피처다. 영화는 오프닝을 통해 레베카의 지난날을 재빨리 요약한다. 노동자 계급의 검약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는, 유행이 한 시즌 지난 할인가의 옷만 입으며 자랐다. 그리고 경제력을 갖추게 되자 마법의 신용카드를 만들었다. 그 다음은 불보듯 뻔하다. 소비자가 채무자가 되는 롤러코스터의 맨 앞에 앉아 무한루프를 반복 중이다. 한눈에 파노라마처럼 이해가 되는 레베카의 난관은, 그 보편성 때문에 스크린에만 머물지 않는다. 심각한 경제 불황을 맞은 요즘이라 더 그렇다.
그래도 영화는 영화다. 레베카에게는 쓴소리 해줄 친구가 있으며, 손가락질 속에도 안아줄 부모가 있다. 악의없는 거짓말을 용서하고 기회를 주는 남자도 있다. <쇼퍼홀릭>의 재밌지만 무책임한 지점은, 현실의 문제를 판타지에 근거해 풀어간다는 점이다. 하지만 꽃가루 반짝이는 비현실의 세계가 스크루볼코미디로서 합격점을 받는 데는 두 주연배우의 공이 크다. 영국 신사 댄시는 캐스팅의 무게중심이며, 표정연기의 달인 피셔는 <작은 아씨들>의 에이미 같은 인상으로 현실과 환상에 한쪽씩 발을 담근 레베카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제니퍼 애니스톤보다 덜 사랑스럽고, 앤 해서웨이보다 처세술 없어 보이는 건 안타깝다. 그러나 레베카는 어떤 칙릿의 주인공보다도 현실적이다. 자신에게 맞는 행복을, 현명하달순 없지만 이해 가능한 방법으로 추구한다. 다만 그 대가를 짊어질 수 있느냐를 묻는 근본적인 질문이 걸림돌이 될 뿐이다. 한달 수입을 고스란히 카드사에 바쳐본 직장인이라면 (남녀를 불문하고) 이 영화에 돌을 던질지언정 레베카에게는 그럴 수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