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았다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보았다. 찌라시를 보았다. 여기서의 찌라시란 당연히 증권가 사설 정보지다. 얼마 전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씨의 죽음을 둘러싼 내용을 담은 것들이다. 기업인과 언론사 고위간부, 연예계 인사들의 명단이 담긴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는 인터넷으로 빠르게 퍼지는 중이다. 장자연씨가 왜 이런 파국을 맞게 되었는지, 그 과정과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기술해놓은 것도 있다.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음모와 배신의 드라마 같다. 대중을 혹하게 할 만하다. 물론 신뢰할 수는 없다. 출처는 불분명하다. 실명의 인물은 나와도, 실명의 코멘트는 없다. 억측과 소문투성이다. 가끔 적중하지만, 찌라시는 무책임하다.
인터넷 연예뉴스들도 좀 그렇다. 지지난주에 발행된 <씨네21> 694호는 결과적으로 그들이 벌이는 낚시질의 원재료를 공급했다. 30여개 연예뉴스 매체가 ‘박중훈 스토리’의 일부 내용을 자의적으로 인용해서 보도했기 때문이다(20쪽 참조). 그 뒤 모델 출신 배우 신미아의 이름은 포털에서 하루 종일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인용해줘서 고맙다고 떡이라도 돌려야 할 텐데, 우리가 너무 까칠한 걸까. 최소한의 확인만 해주었더라면 당사자인 두 배우에게 피해가 덜 가고 좋았을 것 같다(몇몇 사이트에서 붙인 ‘박중훈, 서울대 출신 미녀스타 신미아에게 심한 욕 후회막급’류의 제목은 어처구니가 없었으나 많이 웃게는 해줬다). 인터넷 연예뉴스의 선정성이나 뻔뻔함은 나름 이해가 간다. 단지 더 침착했으면 좋겠다. 그게 찌라시로 가지 않는 길이다.
찌라시 같은 가까운 과거의 행태를 사과한 경우도 있다. 실명을 거론하기 조심스럽지만, 월간지 <신동아>다. 그들은 2008년 12월호와 올해 2월호에 가짜 미네르바를 등장시켜 재미를 봤다. 동아일보사는 자체 진상조사위를 꾸려 <신동아>가 사실검증과 확인에 소홀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원론적인 언론윤리를 들이대며 공자말씀 할 마음은 없다. 단지 그 사과에 결정적인 사항이 빠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돈이다. <신동아>는 두번의 가짜 기사를 통해 각각 1만권씩의 잡지를 더 판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 돈을 사회 또는 독자에게 돌려줘야 공정하고 사리에 맞다. 두번에 걸쳐 더 팔았다는 2만부를 잡지값 1만2천원에 곱해보자. 도합 2억4천만원이다. 그중 최소한의 액수라도 토해내지 않는다면, 그들은 여전히 부당이익을 챙긴 셈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잡지를 만드는 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믿는다. 앗, 쓰다 보니 떠올랐다. 한달 전 개봉영화를 21분이나 멋대로 가위질한 <블레임: 인류멸망 2011>의 수입사는 왜 아직도 피해자 3만3천명에게 아무런 보상이 없는 걸까. ‘영화계의 찌라시’라는 오명을 덮어쓰면 안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