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안녕이라고 말할까?>. 헬로와 굿바이를 모두 품은 우리말 ‘안녕’의 중의적인 느낌을 살려 “어떤 인사를 해야 할지에 대한 망설임과 고민”을 담아 지은 제목이다. 이 인사는 누구에게 하려는 것일까. 그것은 만남일까, 헤어짐일까.
13분짜리 영화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속도감있는 교차 편집과 강한 명암 대비로 감각적인 스타일을 보여준다. 극단적인 이야기와 스타일은 숨겨진 이야기를 마음껏 상상하게 만든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미국으로 입양된 루나는 친구 미겔과 물색해둔 집을 턴 뒤 한국을 뜰 계획을 세운다. 단란한 세 가족이 사는 집. 아내와 딸은 일요일이면 교회에 가고 집에는 철식만 남는다. 루나와 미겔은 무사히 집에 잠입해 손쉽게 철식과 교회에 가지 않은 그의 딸을 제압한다. 용감하게 쓸어담고 깔끔하게 집을 뜨면 계획은 성공. 그러나 루나가 이 집에 온 목적은 다른 데 있다. 포박당한 채 살려 달라 애원하는 철식은 그녀에게 손목시계 하나 달랑 남기고 자신을 버린 친아버지다. 모든 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의 뒤틀린 발현이다.
KT&G 상상마당 ‘이달의 단편’ 2008년 12월 우수작으로 뽑힌 <어떻게 안녕이라고 말할까?>는 TV프로그램 <꼭 한번 만나고 싶다>의 복수극 버전이다. 그리고 복수는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문을 따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비극적 게임이 된다. 영화를 연출한 나재원 감독은 그러나 영화가 비극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루나는 목표를 이뤘다. 아버지를 만난다. 남들이 봤을 땐 말도 안되고 허황되지만 루나한테는 절실한 꿈이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오히려 비극은 용감하지 못한 것, 자기 문제에 부딪히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버림받은 것도 모자라 아버지의 손에 다시 한번 잔인하게 죽어야 하는 게 비극이 아니고 뭘까. 나재원 감독은 “비극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비극일 수도 있겠지만…”이라고 다시 답했다. 아이러니다.
나재원 감독은 여러 번 말을 쉬었고 기억을 가다듬었다. 시나리오를 쓴 게 2006년, 촬영이 2007년, 완성이 2008년이었다. 무려 3년 만에 공개된 자식이다. 그러나 기억나지 않는 옛 기억을 떠올린다고 주춤거린 것만은 아니다. <어떻게 안녕이라고 말할까?>는 나재원 감독에게 “어떤 꿈같은 느낌”의 영화이고 “처음으로 만족한 작품”이다. 또한 “소통하고 싶은 욕구” 그 하나만으로 매진했던 작품이며, 자신의 결핍에 정면으로 부딪혔던 영화다. 그래서 조심스러워했다. 2006년 4월 상상마당 단편영화 우수작으로 선정됐던 전작 <달> 그리고 <이방인> <candy candy> <심인> <해바라기> 등 그간의 작품은 모두 “욕구불만에 대한 마스터베이션”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이번 영화에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자신의 결핍을 채워나가고 극복해나간다는 나재원 감독은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면서 장편영화 시나리오작가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카메라가 아니라 펜을 쥔 것은 글쓸 때의 행복 때문이다. “영화 찍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 영화는 편집할 때, 마지막에 음악 넣을 때쯤 행복하고 그전엔 다 고통스럽다. 촬영현장에서 미처 계산하지 못한 변수들이 튀어나올 때 본능적으로 즉각 선택하고 행동하는 게 정말 힘들다. 편집은 쉬었다 할 수도 있는데….” 그래서 연출은 조금 더 공부한 뒤 하겠단다. 작가로서든 감독으로서든 좋은 영화를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게 꿈이라니 어디에선가 그녀의 이름을 볼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