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런 계절엔 다혜리와 나란히 등짝에 ‘옥춘아’ ‘맥주줘’라고 쓰인 저지 티셔츠를 입고 외야석에 앉아 맥주나 마실 일이다. 한 경기당 한짝은 해치울 수 있을 텐데. 나? ‘도루 킹’ 이치로와 ‘견제의 신’ 봉중근의 자존심 대결보다 그 와중에 꽃피는 개그 코드에 ‘초큼’ 더 관심이 많다. 다만 일더미에 빠져 대낮에 방송한 WBC 중계를 못 보는 바람에 급우울해한 사무실 동료(그래! 야구 좋아하는 여자다!)와 확 트인 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시고 싶은 마음만은 굴뚝같다(이 팀장, 이 모든 걸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음모로 몰아갈 필요는 없다고 봐. 그저 우리는 우리를 각별히 ‘총애’하시는 보스 밑에 있는 것뿐이야. 그래도 요즘 유행하는 일자리 나누기 안 하시는 게 어디냐. 대신 우리에게는 ‘심야의 하이라이트’가 있잖아. 하이트 라이트도 있고).
문득 나 같은 사람 때문에 ‘배려하고 사랑받는’ 국가 비전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염려된다. 대통령님이 존경받는 국민이 돼야 한다고 날밤으로 기염을 토하시니 몸둘 바 모르겠다. 그냥 존경 안 받고 가끔 야구나 보면서 나름 열심히 일하면 안될까? 시무룩.
억울한 마음도 없지 않다. 국민으로 사는 데 솔직히 청와대가 스폰서해준 것도 없잖아. 그렇다고 우리가 FA(자유계약) 국민도 아니고 말이야. 게다가 나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국민을 무려 한명이나 더 생산한 몸이야. 왜 이래.
임기 5년 동안 부자들한테 세금 100조원 깎아주기로 하고 출범 뒤 지금까지 내놓은 100가지 부동산 관련 정책의 84%가 건설사와 고가·다주택 소유자들을 지원하는 내용들이라는 게 더이상 놀랍지 않을 정도로 ‘시민적 자존감’이 땅에 떨어졌는데, ‘존경’이라는 가치까지 어떻게 대통령 입맛에 맞게 구현하라는 거야. 이치로군의 말마따나 왜 자꾸 헤어진 옛 애인을 길거리에서 만나게 하냐고.
마당에 목련이 피는 계절에 이런 얘기를 늘어놓아서 나도 유감이다. 하지만 주택가의 저 목련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기획재정부 당국자가 강남·서초·송파 3구의 투기억제 빗장을 “4월 재보선과 관계없이 필요하다면 바로 하겠다(풀겠다). 늦지 않게 하겠다”고 했는데, 양도세 중과 폐지에 이어 마지막 남은 투기지역까지 해제하면 과연 우리가 존경받을까? 솔직히 ‘필요’없거든? 당신들의 편의를 제발 존경으로 바꿔 부르지나 말아줘. 그리고 곧 시즌 다가오니까 좀 조용해줘. 아참, 경기 보더라도 경기 교육감 선거는 해야지. 4월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