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스미스가 가장 돈벌이가 되는 배우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미국 <포브스>에서 발표한 ‘가장 가치있는 배우’ 리스트에 딴죽을 걸고 나섰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역대 박스오피스 수입이 총 52억3940만9825달러로 제작자들에게 ‘잭팟’으로 인식되는 윌 스미스의 흥행에는 할리우드의 성적 차별이 바탕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포브스>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제적인 면에서 가장 가치있는 배우’ 리스트에 따르면 만점을 얻은 윌 스미스가 1위를, 9.89점을 얻은 조니 뎁,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공동 2위를, 톰 행크스, 조지 클루니, 덴젤 워싱턴, 맷 데이먼, 잭 니콜슨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자, 눈치 채셨습니까? 10위권에 여배우는 오직 졸리 한명뿐입니다. 30위로 순위를 넓혀도 사정은 같습니다. 줄리아 로버츠가 11위, 메릴 스트립 16위, 니콜 키드먼이 2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00명 중 28명이, 500명 중 185명만이 여배우입니다. 이 결과를 놓고 배우들의 돈벌이 가치를 따져볼 때, 여배우들은 남자배우들의 절반 밖에 가치를 획득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할리우드에서 영향력을 가지려면 남자로 태어나라’는 우스개 아닌 농담이 나오는 거지요.
<워싱턴 포스트>는 이렇게 남자배우가 각광받고, 여자배우가 이른바 ‘내팽개쳐진 데는’ 할리우드의 남성 중심적인 경영과 사고방식이 전제됐음을 지적합니다. 이른바 흥행이 되는 블록버스터영화에서 폭발신, 차량 추격신, 액션신은 필수 불가결하며 그런 것들을 수행하는 데 남자배우들이 여자배우들보다 유리한 건 두말할 나위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2위에 오른 <툼 레이더> 시리즈의 여전사 졸리는 ‘여자배우’가 아닌 남성성으로 가치를 획득한 유일한 경우라고 볼 만 합니다. <에이리언>의 전사 시고니 위버만 해도 그 전투력 뒤엔 모성이라는 여성성이 전제되었으니까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은 만약 <섹스 앤 더 시티>나 <맘마미아!> 같은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흥행에서 성공하는 영화들이 제작된다면 여배우들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기서 다시 한번 사회 전반에 만연한 남성 중심주의적인 가치를 꼬집습니다. 남녀 커플이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가서 ‘무슨 영화를 볼까?’를 선택할 때 다시 한번 남자, 여자의 헤게모니가 작동한다는 것이지요. 대부분은 이 과정에서 백이면 백, 여자가 아닌 남자가 원하는 영화를 본다는 것입니다. 결국 SF, 액션, 호러같이 전통적으로 남성관객이 원하는 영화들이 선택되고, 그런 장르에서 활약하는 남자배우들의 가치 역시 동반 상승하게 됩니다. 그러니 이 불균형을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난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