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동생이 사라졌다. 하나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여동생이. 현정(추자현)은 실종된 동생 현아(전세홍)의 행방을 수소문하다 어느 시골 마을에까지 흘러든다. 휴대폰으로 위치추적을 하니 마지막으로 통화한 장소가 그 근방이다. 인근 파출소에 수사를 의뢰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거절당한 그녀는 홀로 동생을 찾으러 나선다. 다행히 동생의 사진을 확인한 목격자가 판곤(문성근)의 집 근처에서 그녀를 봤다고 증언하고, 이를 증거로 가택 수사에 나서지만 어디에서도 동생은 발견되지 않는다. 게다가 다들 판곤이 그럴 위인이 아니라면서 현정의 의심을 나무라는 눈치다.
판곤은 지독한 연쇄살인마다. 노모를 제외하곤 누구도 믿지 않지만, 진짜다. 그는 남자들은 칼 혹은 도끼로 찍어 죽였고, 여자들은, 아니, 젊고 싱싱한 여자들은 지하실에 가둬놓고 성노예로 부렸다. 추측건대 현아 전에도 이미 두명의 여자가 감금돼 수차례 겁탈당했고, 잔인한 고문 끝에 살해됐다. 현아와 동행한 영화감독의 목을 사정없이 긋거나 그녀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장면이 지나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김성홍 감독의 신작 <실종>은 범인 맞히기를 두고 벌이는 치밀한 두뇌게임에는 관심이 없는 스릴러다. 한술 더 떠 판곤의 집이 어디인지, 현아가 감금된 곳이 어디인지 숨기려 하지 않는다. 연쇄살인마를 소재로 한 대개의 스릴러들이 범인과 관련된 정보를 마지막까지 감추려 한다면, <실종>은 의아하게도 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의 패를 모조리 공개하는 쪽에 가깝다.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거나 추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이, 이 잔인한 게임의 노림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영화의 동력은 오히려 감독의 전작 <세이 예스>(2001), <올가미>(1997), <손톱>(1994)이 그랬듯 막다른 골목에 도달한 이들의 욕망에 있다. 하나 남은 피붙이를 극진히 아끼는 현정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살려달라” 울먹이기는커녕 “내 동생 어디 있냐”고 부르짖는 인물이다. 그러니 이들 자매의 다정한 한때를 담은 오프닝이나 일말의 돌이킴도 없는 결말을 떠올려보면 얼핏 희생자들을 위무하는 영화인가 싶기도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의문들이 떠오르는 탓이다. 남성들을 잠정적 성폭행범으로, 여성 희생자를 성공을 위해 육체를 거래하는 부류로 묘사한 이면에 어떤 폭력적인 무의식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 고어장면(엽기적이고 잔혹한 장면)들이 꽤 있지만 여성들, 특히 세상 물정 모른다고 치부되는 어리고 순진한 여성들을 향한 은근한 충고가 한결 잔인하게 와닿는다. 김성홍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90년대 중·후반 한발 앞서 장르영화를 선보인 그의 이력에 걸맞게, 역시 스릴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