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있다가 망했다. 지난주에 겪었던 어떤 낭패스러운 일에 관해서다. 한 공익재단에서 실시하는 언론인 지원사업 공모전에 참여하기 위해 그곳의 인터넷 사이트를 찾았다. 사업공모가 매년 초쯤 시작될 거라는 가물가물한 정보만 가진 채였다. ‘소식’란을 클릭해서 진행여부를 확인했더니 그만 끝나 있었다. 벌써 지원절차가 마감되고 참여자를 선정해 발표까지 한 상태였다. 황당했다. 내가 그 사이트를 마지막으로 들렀던 게 지난 1월 중순경. 그때는 일체의 관련내용이 없었던 걸로 기억난다. 공교롭게도 그 며칠 뒤부터 소식이 뜨기 시작하고, 다시 확인을 하기 직전인 3월 초에 마감을 한 모양이었다. “한달 반 동안 왜 넋놓고 있었을까” 스스로를 원망해봤자 허사였다. 버스는 떠났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그러지 말길 바란다. 이번호 <씨네21>에 ‘알림’이 워낙 많아서 드리는 말씀이다. 무려 네 가지나 돼 조금 어지럽다. <씨네21> 창간 14돌을 앞두고 열리는 다양한 빛깔의 공모전들이다. 그중 ‘리더스 에디션’(126~127쪽 참조)은 올해 처음으로 선뵈는 파격적인 공모전이다. 기획·취재·기사작성·사진·편집·디자인을 독자들 맘대로, 멋대로 하시라. 팀을 이뤄 결과물을 완성해오면 그중 좋은 작품들을 골라 700만원 상당의 상금과 상품을 드리고 <씨네21> 지면에 싣는다. 친구나 동료들과 창의적으로 놀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독자들의 상큼한 상상력과 도발에 큰 기대를 건다.
가장 전통을 자랑하는 공모전은 ‘씨네21 영화평론상’(100쪽 참조)이다. 올해 14회째다. 이 공모전을 통해 22명의 영화평론가가 배출됐다. 그중 상당수는 <씨네21>의 비평 필자로 활동 중이며, 기자로 활약하는 정한석 같은 이도 있다. 영화비평 위기의 시대라고들 한다. 그래서 더더욱 새로운 시선으로 깜짝 놀라게 해줄 참신한 신인을 그리워한다.
‘제12회 코닥 단편영화 제작지원 작품 공모전’(107쪽 참조)은 한국코닥주식회사·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여는 것이다. ‘제11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128쪽 참조)은 영화배우 한석규씨가 주최하고 <씨네21>이 후원하는 사업이다. 이 두 공모전은 영화계 실무현장에 뛰어들 이들을 위해 열린 공간이다. 네 가지 공모전 모두 마감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서두르시라.
공모전은 따사로운 봄 소식을 싣고 온다. 공모전 발표를 전후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4월9일), 전주국제영화제(4월30일), 칸영화제(5월13일) 등 국제영화제가 줄줄이 이어지며 <박쥐> <울버린> 등 국내외 블록버스터가 극장에서 대거 개봉한다. 영화들이 한껏 피어나는 이때, 독자들의 숨어 있던 재주도 피어나기를. 그들의 마음에 꽃피는 봄, 봄, 봄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