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야 할 신인. 단편집인 <군청학사>는 이야기마다 다른 인물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보이는 반응을 재치있게 담아내고 있다. 이를테면 ‘선생님, 저는’은 장난기 다분한 4등신 남자 초등학생들이 어느 날 묘한 메일을 받게 되면서부터 시작한다. 내용은 간단하다. ‘코다치 아카네(29) 노브라 의혹.’ 이후 학생들의 관심은 컴퓨터 선생님의 특정 신체부위에 집중된다. 좀더 확실한 증거 수집을 위해 선생님이 카디건을 벗도록 하고 선생님에게 물을 끼얹으려는 시도도 발생하는데, 주인공 격인 소년은 아주 엉뚱하게 진실을 확인하게 된다. ‘숲으로’는 숲이라는 자연의 경이를 관통하는 한 할머니를 뒤쫓는다. 불상을 닮은 할머니의 인자한 미소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하얀 불꽃’은 연작 단편. 연인 사이면서도 침대 밖의 일에 대해서는 소통하지 못하는 두 청춘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기묘하게 어긋난 남녀의 이야기는 ‘포로 공주’에서도 기발하게 그려진다. 관심과 무관심 사이, 애정과 호기심 사이, 결론을 짓지 않고 커다란 암시만 남긴 채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가 끝난 다음의 장면을 상상하는 건 독자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