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살인마 제이슨의 전설이 시작된 곳. 크리스털 호수 캠프장에 한 무리의 캠프족이 발을 들여놓는다. 아들을 잃고 미쳐버린 어미가 사실은 죽지 않은 아들을 위해 복수를 했다는 수십년된 오싹한 괴담 앞에 희희낙락하던 그들은, 그날 밤 복면을 쓴 거구의 인물에게 습격을 받고 차례로 죽어나간다. 그리고 6주 뒤, 캠프족 중 한명이었던 휘트니의 오빠 클레이가 실종된 동생을 수소문하며 크리스털 호수를 찾아온다. 때마침 근처 별장에서 주말을 보내러 온 젊은이들은, 피로 얼룩진 죽음이 기다린다는 건 상상도 못한 채 즐길 준비에 빠져든다.

<13일의 금요일> 프랜차이즈는 모두 12편이다. 1980년 숀 S. 커닝엄이 세상에 내놓은 오리지널 <13일의 금요일>에서 가지를 뻗은 영화만 11편이라는 말이다.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에 열광하는 팬이라면 열일을 제쳐두고 궁금해질 것이다. 이 영화, 재미있을까? 답만 말하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시카고 선타임스>의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에 따르면, “<13일의 금요일> 중에서는 최고”다. 그러나 살롱닷컴에 시리즈에 대한 애정 넘치는 일장연설을 펼친 앤드루 오헤이르는 다소 냉소적이다. “꽤 즐길 만하다. 정신 나간 여자가 토플리스 차림으로 수상스키를 타다가 두개골에 칼이 꽂혀 죽는 것이 재미라면.”

제목까지 원전에서 그대로 가져오는 12번째 <13일의 금요일>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팬들의 질문은 하나였다. 이 영화가 오리지널의 리메이크가 맞을까? 그러나 리메이크는 틀린 표현이다. 오히려 리뉴얼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원작의 결말에서 출발해 새로운 이야기를 (그러나 똑같은 방식으로) 풀어놓기 때문이다. 오리지널은 살아남은 캠프 조교가 제이슨 엄마의 머리를 날려버리는 것으로 끝난다. 우리가 아는 철가면 제이슨은 속편들에서부터 출연을 시작했다. 새로운 <13일의 금요일>은 오리지널의 설정을 이어받은 적자(嫡子)다. 뿌리를 잊지 않으면서 제이슨을 소개하고, 다음 편을 기약한다. 2009년 2월13일 금요일에 개봉해 첫주 정상을 거머쥔 뒤 제작이 결정된 13번째 영화와 30년 전 원작을 잇는 다리이자, 새로운 프랜차이즈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보는 것도 무방할 것이다.

뻔하다는 혹평이 쏟아졌지만, 그럼에도 <13일의 금요일>은 매끈한 상업영화다. 청춘, 섹스, 그리고 살인까지, 당신이 기대하는 슬래셔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살결을 칼로 가르는 순간은 망설임이 없고, 쇠붙이가 지나간 곳에서는 피가 흐른다. 특이한 점은, 백인 일색이 아니라 흑인, 동양인이 포함된 다인종 캐스팅을 선보인 것. <슈퍼내추럴> <베로니카 마스> 등 TV시리즈와 <트랜스포머> <디스터비아> 등 영화에서 얼굴을 비친 젊은 배우들 덕분에 눈도 즐겁다. 하지만 누구보다 관객을 배신하지 않을 존재는 제이슨이다. 100번 죽어도 100번 다시 살아날 이 호러계의 슈퍼악당은, 물에 빠지고 전기에 튀겨지고 분쇄기에 갈리고 심지어 냉동상태로 25세기에 되살아나는 모험을 겪고도 놓지 않은 질긴 목숨줄을 이번에도 유지한다. 다음 편을 위해서 어쩔 수 없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