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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런던] 이상한 놈이 진짜 웃기더라

시니컬한 영국 유머와 달리 ‘리액션’에서 유머를 선사하는 한국영화가 인상적이었다는 얀 베르나쿠쿠세

지난 1월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 포스터가 런던 도심 곳곳에 걸렸다. 그리고 한달여 뒤인 2월6일 영국 전역의 14개 극장에서 개봉한 <놈놈놈>의 첫주 박스오피스는 전체 30위. 영화를 보면서 자막을 ‘읽는 것’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영국에서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성적이다. 런던 시내 중심가 피카딜리 서커스에 위치한 시네월드를 찾았다. <놈놈놈>을 찾은 영국인 중에는 “다른 영화가 매진돼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이들도 있었지만, 웨일스 수도 카디프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얀 베르나쿠쿠세는 “한국영화를 대형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일부러 찾았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베르나쿠쿠세는 이 인터뷰 덕분에 자신이 한국에서 슈퍼스타가 되는 건 아닌지를 되레 걱정하며 극장을 나섰다.

-영화는 어땠나. =빠르게 진행되는 유머러스한 도입부가 특히 재미있었다.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 늘어진 감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주 좋았다.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을 인식할 수 없었다.

-영화 속 유머 코드를 다 이해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영어 자막과 실제 스크립트 사이에 생략된 부분이 많아서 한국식 유머가 제대로 받아들여질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사실 1년여 전 한국에 자원봉사자로 머문 적이 있다. 그래서 한국식 유머에 조금 익숙한지도 모르겠다. 한국식 유머는 시니컬한 영국과 달리 ‘리액션’에서 커다란 웃음을 주는 것 같다. 아주 유쾌하다. ‘이상한 놈’이 ‘좋은 놈’의 집에 갔을 때 로프를 타고 도망가는 추격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어찌됐든 이상한 놈만 나오면 웃음부터 터졌다. 그가 손가락 귀신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긴 하지만.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영화를 볼 기회도 많이 있었을 것 같다. =(웃음) 별로 없었다. 영어 자막과 함께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거의 없질 않나. 비디오나 DVD로 몇편을 보긴 했는데 제목은 기억이 안 난다.

-세명의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특별히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꼽을 수 있나. =결말을 가지고 유추해보자면, 감독은 인간은 처해진 상황에 따라 좋은 놈도 나쁜 놈도 이상한 놈도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앞의 두 캐릭터에서는 커다란 공감을 얻지 못한 게 사실이다. 나는 이상한 놈이 좋다. 셋 중 가장 복잡한 캐릭터라 좋았고 연기도 아주 훌륭했다. 이 역할을 연기한 배우는 한국에서 유명한가?

-세명 모두 아주 유명한 배우들이다. 영화는 얼마나 자주 보는 편인가. 아시아영화도 즐겨 보나. =극장은 한달에 두번 정도 찾는다. 나는 이른바 예술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다. 특히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작품들을 사랑한다. 아시아영화는 자주 보진 않지만 왕가위의 작품들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서양인들에게 극장 개봉하는 아시아영화는 예술영화거나 (작품성을 인정받은) 독립영화라는 인식이 강하다. 왕가위의 작품들은 당연하게도 예술영화의 범주에 들겠지만 이소룡 혹은 최근의 이연걸, 성룡 등이 출연하는 무술영화도 장면들만 놓고 보면 매우 ‘예술적’이지 않나? <와호장룡>도 그렇고 말이다. <놈놈놈>의 몇몇 장면들 역시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놈놈놈>은 미장센이 참 아름다운 영화다. =그렇다. 색감도 좋고, 조명도 좋았다. 몇몇 장면들, 이를테면 그들이 서로 쫓고 쫓기는 장면이나 결투장면 등은 마치 잘 만들어진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았다. 적절하게 대비된 명암도 좋은 효과를 낸 것 같다. 그런데 감독 이름이 뭐라고 했나? 한국 이름은 참 어렵다. (웃음)

-김지운이다. 그의 영화는 미장센이 훌륭하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그 점이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다. 카디프에 돌아가면 인터넷으로 검색을 꼭 해봐야겠다. 기회가 된다면 그의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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