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사진 기자 나카하라(후쿠시 세이지)는 취재차 프리스쿨을 찾는다. 프리스쿨은 보통학교에서 적응에 실패한 아이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다. 나카하라는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보는데 타인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학생들은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다. 프리스쿨에서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는 에미(이시바시 안나)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카하라와 에미는 서로의 과거와 속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에미는 학창 시절을 함께 보냈던 유카(기타우라 아유), 하나(요시타카 유리코)와의 말 못할 이야기를 비롯해 남동생인 분(모리타 나오유키)과의 에피소드도 털어놓는다. 과거에 친구였던 혹은 지금도 친구인 이들과의 이야기를 하며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히로키 류이치의 영화는 잔인하다. 겉으로는 따뜻한 감정의 교류처럼 보여도 사실 파고들어가보면 그 속엔 매우 계산적인 논리가 포함되어 있다. <바이브레이터>의 남자와 여자도 서로에게 득이 되는 행위를 담보로 같이 시간을 보냈고, <800미터 주자>에서도 소년들은 서로의 상처와 비밀을 손에 쥔 채 이용하며 달리기를 했다. 10대 소녀, 소년의 우정을 그린 <유어프렌즈>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넷, 다섯쌍의 무리를 통해 우정이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변하며, 어떻게 소진되는지를 보여준다. 에미와 유카는 10년 넘게 사귀어온 단짝 친구인데 둘이 처음 만나게 된 계기가 교통사고다. 비가 많이 오던 날 유카에게 우산을 씌워주기 위해 길을 건너던 에미는 차에 치여 평생 다리를 전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네 탓이야.” 이후 둘은 등하굣길을 항상 같이한다. 남들보다 심장이 약해 느리게 걸어야 하는 유카에게도 목발을 짚고 다니는 에미는 최상의 파트너다.
영화에 등장하는 관계들은 모두 이렇게 치사하고 냉정하게 이뤄진다. 매일 붙어다니다 남자친구가 생기자 등을 돌리는 아이나 소꿉친구였으나 고등학교 진학 뒤 서로의 위치가 달라지자 모른 척하는 친구, 본인보다 축구를 잘하는 후배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선배 등. 하지만 히로키 감독은 언제나 그랬듯 이 현실적인 관계 안에서 부정할 수 없는 감정을 이끌어낸다. 서로 취하는 이득이 있기에 인물들의 관계는 더욱 진솔해지고, 그 안에서 솔직한 고백들이 이뤄진다. <유어프렌즈>는 평생 친구에 대한 믿음이나 우정이란 말을 아름답게 칠하며 환상을 키우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오히려 평생 친구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대신 에미가 사진으로 찍고, 그림으로 그린 ‘푹신푹신 구름’을 보여준다. 한순간이라도 누군가에게 편안함을 안겨주는 대상이 있다면 그 순간 그 사람은 진정한 친구일 수 있다는 메시지다. 히로키 류이치 특유의 롱숏과 히토토 요의 음악도 절묘하게 어울려 아름답다. 2008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