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면 많은 것이 변한다. 입학을 하거나 학년이 바뀌거나, 얄짤없이 백수로 내몰리거나, 승진을 하거나 한직으로 밀리거나, 하다못해 대청소를 하거나 이불이라도 간다. 주변에서 변화없는 이들이 드물다. 특히 애를 어린이집에 드디어(!) 보내는 엄마들은 날아갈 듯한 표정이다.
3월을 맞아 나는…, 미쳤다. 정말 미쳤다. 실업 생활 끝내고 새 직장 출근을 앞두고, 새 보스에게 충성하(거나 적어도 그렇게 보이)기 위해 오마이이슈를 그만 쓴다고 말해놨는데, 그만 덜컥 계속 쓴다 그랬다. 나의 머리도 나의 가슴도 끝내라고 했다. 한데 이놈의 몸이 문제다. 거의 만 5년 매주 쓰던 걸 딱 끊자니, 금단현상이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이 칼럼을 담배 피우듯 쉽게 썼냐. 처절했다. 혼자만 시끄럽거나 주변을 몽땅 시끄럽게 한 전·현직 대통령들 덕에 날로 먹은 적도 있지만, 대체로는 쥐어짜다못해 내가 아는 모든 인간들을 팔아먹으며 연명해왔다. 그 짓을 반복하다 몸이 길들여져버린 것이다. 이런 쌍쌍바.
대체 자기가 뭐 하는지 모르고 몸이 길들여져버린 인간들은 나 말고도 많지만, 나는 KBS 노조를 보고 살짝 우정을 느꼈다. 우황청심환 안 가져왔는데도 방송법 등 이른바 ‘미디어법 22개’를 부르는 시간까지 줄이며 새치기 상정한 고흥길 국회 문방위원장은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으로서 나름 책임있는 행동을 하셨다.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수 있도록 후다닥 자락을 깔아준 거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법이 바뀌면 재벌과 조중동과 피터지게 예능경쟁하다 국영방송과 사영방송으로 쪼개질지 모르는 이 방송사 노조는 “본회의에 상정할 거면 총파업할 거다!” 미래형 엄포만 놓더니, 결의대회다 비상총회다 바쁜 척만 하면서 아무 결정을 못 내렸다. 이분들 혹시 진정으로 ‘방송산업 경쟁력 강화’를 꿈꾸면서 자기들이 경쟁력 있다고 여기는 거 아니야? 아니면 경쟁력 없으니 떼로 살신성인하려는 건가? 그도 아니면 시청자들이 정성을 다해 지켜줄 거라고 믿고 있나? 정권에 충성하는 게 살길이라 믿는 분들도 계신 모양인데, 저기요, 일부 공기업 명예퇴직금은 남은 직원들이 나눠 내고 있거든요? 아무리 봐도 이분들의 행동은, 감정이나 이성이 아니라 몸이 시켜서 하는 것이다. 자기 회사가 언론사인지 정부청사인지 헷갈려하는 걸 보니 더욱 그렇다.
집권 2년을 맞은 대통령이 좌고우면 하지 않겠다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바람에, 우리나라 최대 공영방송사 노조만 좌고우면 하고 있다. 갑자기 붕어가 떠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