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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통한 세상과의 소통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synopsis 침략 전쟁 당시 일본군의 강제적인 위안 행위를 입증해주는 정부의 공식 문서가 1992년 일본에서 발견된다. 시민단체들은 ‘위안부 110번’이라는 연락망을 만들어 피해 사례를 모으던 중, 송신도 할머니의 존재를 알게 된다. 전쟁 당시 조선에서 중국으로 끌려갔던 송신도 할머니는 그 뒤 일본에 남아 살고 있다. 송신도 할머니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재판에 확고한 의지를 보이자, 그녀를 지지하는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지원모임)이 결성된다. 그 뒤 할머니와 지원모임은 힘을 모아 10여년간이나 재판을 이어간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라는 이 영화의 제목은 10년간의 기나긴 법정 투쟁 끝에 일본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재판에 지고 만 송신도 할머니가 “그래도 마음으로는 지지 않았다”고 말한 것에서 빌려왔다. 영화는 송신도 할머니가 왜 이 싸움에서 결코 질 수 없는 사람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송신도 할머니는 거칠다. 처음에는 자기를 도우려는 모두를 의심한다. 기사를 쓰겠다는 기자에게는 네가 제대로 쓸 수 있겠느냐는 의심을 보내고, 재판을 지원하겠다는 지원모임 사람들에게는 도중에 포기할 거면 하지도 말라고 호통을 친다. 게다가 돌발적이고 즉흥적이다. 하지만 물러서는 법이 없다. 크나큰 상처를 입은 사람이 취하기 쉬운 수세적 면모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할머니의 성품이 이 영화의 주안점이자 매력이다. 한편, 감독은 “송신도 할머니가 재판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인간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영화에서 담담하게 그려내고 싶었다. 그리고 영화는 송신도 할머니만의 이야기가 아닌 헌신적으로 재판을 지원해온 지원모임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할머니는 자신의 청춘을 망친 놈들을 처벌하라 혹은 자신에게 보상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일본 정부의 사죄를 원하고, 어느 자리에 가서나 전쟁을 두번 다시 하지 말라며 좀더 인류애적으로 충고한다. 하지만 할머니의 행동 중 강인한 연설보다는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 앞에서 꽃다웠던 과거가 생각나 오열하는 장면이나 갑작스럽게 일본 군가를 개사하여 부르는 장면 등이 강렬하다. 최근 극장 개봉하거나 영화제에서 선보인 영화들, 재일 한국인의 문제를 다룬 김덕철 감독의 <강을 건너는 사람들>과 위안부 문제를 다룬 김동원 감독의 <끝나지 않은 전쟁> 등과 함께 비교하며 보아도 좋겠다. 영화 속 내레이션은 배우 문소리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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