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멩코 멋져 지수 ★★★★ 주지훈의 노래 궁금해 지수 ★★★★★
돈 주앙, 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적어보자. 모르긴 몰라도 비슷한 단어들이 리스트에 오를 것이다. 스페인 귀족. 사랑을 울리다 사랑에 죽은 로맨티스트. 자유의 표상. 검술의 달인. 제레미 레벤이 연출한 영화 버전을 본 사람이라면 파릇파릇한 시절의 조니 뎁. 마지막으로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키친>으로 연이어 주목받은 주지훈이라는 이름 석자.
주지훈의 뮤지컬 데뷔작으로 호기심을 자아낸 <돈 주앙>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돈 주앙이라면 역시 스페인 영혼의 정수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의외겠지만 이 뮤지컬, 알고 보면 혈통이 꽤나 복잡하다.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하는 이 뮤지컬의 작사·작곡가는 놀랍게도, 스페인이 아닌 프랑스 가수 겸 작곡가 펠릭스 그레이. 게다가 초연된 곳 역시 2004년 2월 캐나다 몬트리올이다. 프랑스와 캐나다가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의 오리지널팀은 2006년 12월 한국에 상륙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무대에 올린 것은 세계 첫 라이선스 한국어 버전이다. 그렇다면 스페인의 진정한 향취를 느끼기란 힘들지 않겠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터. 그러나 라틴계 ‘옴므파탈’의 전설을 제대로 느끼고픈 이들에게 희소식이 있다면 스페인 댄서 20여명이 악단 ‘로스 아미고스’의 반주에 맞춰 스페인 전통 댄스인 플라멩코를 선보인다는 사실이다. 유독 눈에 띄는 갈색 머리 미녀 댄서 마리아 로페즈가 돈 주앙을 바라보면서 유혹적인 몸짓을 과시하거나 화려한 군무에 맞춰 로스 아미고스가 격하게 스페인 노래를 토해내는 장면에서는 스페인의 열정이 무엇인지 뼛속 깊이 느끼게 된다(원작자의 요청으로 <산다는 것> <여자>의 후렴구, <슬픔에 잠긴 안달루시아> 등 총 3곡이 스페인어로 진행되는데, 그중 <산다는 것>을 로스 아미고스가 직접 열창한다).
보름달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첫 무대 디자인이나 검술 대결도 신선하지만 한국인의 심장을 직접적으로 파고드는 건 꾸밈 많은 엇박의 화려한 노래가 아닐는지. 때론 증오로, 때론 사랑으로 폭발하듯 가창력을 발산하는 노래들이 대부분이라 박진감이 넘친다. 돈 주앙 역에 주지훈과 <라디오 스타> <헤드윅>의 김다현, 일본에서 뮤지컬을 공연한 독특한 경력의 신인 강태을이 캐스팅됐다. 주지훈의 공연을 보고야 말겠다면 캐스팅 보드를 반드시 참고해 서둘러 예매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