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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뻔한 아동용 판타지 <문프린세스: 문에이커의 비밀>
안현진(LA 통신원) 2009-02-18

synopsis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된 마리아 메리웨더(다코타 블루 리처드)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삼촌 벤자민(요안 그리피스)이 있는 문에이커로 떠난다.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라고는 ‘문에이커 연대기’라는 그림책. 무뚝뚝하고 표정없는 벤자민은 마리아에게서 책을 빼앗고, 마리아는 몰래 찾아본 책에서 메리웨더 가문과 드 느와 가문의 오래고 깊은 감정의 골을 알게 된다. 책과 전설에 의하면 5천 번째 달이 뜨는 날 어둠이 문에이커를 삼킨다는데, 저주를 풀 수 있는 사람은 마지막 문프린세스, 마리아뿐이다.

<문프린세스: 문에이커의 비밀>(이하 <문프린세스>)은, 카네기 메달상을 수상한 영국 소설 <작은 백마>(1946)를 각색한 아동용 판타지다. 원작이 소녀들의 취향에 꼭 맞는 아기자기하고 달콤한 모험담이라면 영화는 그보다 더 어린 관객까지도 수용할 계획으로 만들어졌다. 가정교사 헬리오트로프, 숲에 사는 이상한 여자 러브데이 등 주변인물과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문에이커에 대해 소설이 500페이지가량을 할애하며 이야기를 쌓은 반면, 영화는 문에이커에 내려진 저주를 풀어야 하는 마리아의 숙명에 집중했다. 마리아는 문프린세스가 숨겨둔 달의 진주를 찾아 바다로 돌려보내야 하는데, 메리웨더 가문을 몰살하려는 드 느와 가문의 방해공작이 계속된다. 하지만 아동영화인 덕분에 마리아의 모험은 위험하기는커녕 기발하고 귀엽다. 충직한 개 랄프, 문에이커 토끼 세레나 등 동물들도 영화에 천진함을 더한다. <소공녀> <로미오와 줄리엣> 등 알려진 고전들이 연상되는 부분이 많아 어른 관객의 입장에서는 지루할 수도 있겠다.

이야기가 다소 뻔한 탓일까? <문프린세스>가 주력하는 쪽은 볼거리다. 하지만 판타지영화로서 야심차게 준비했을 CG보다는 시대극의 풍미를 드러내는 미술과 의상에 더 호감이 간다. 거대한 파도를 헤치고 행진하는 유니콘들보다 빅토리아 시대의 기본 디자인에 21세기 손길을 더한 의상들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기억에 남는다는 말이다. 프랑스 화가 쇠라의 <그랑자드 섬의 일요일 오후>에서 본 뒷자락에 후프를 넣어 부풀린 드레스, 큼직한 꽃무늬 패턴과 패치워크, 코르셋으로 꼭 죈 빈틈없는 상의, 리본과 꽃송이를 응용한 머리 장식 등은 영화를 보러온 어린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화려하고 아름답다. 헝가리 출신 감독 가버 추보는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2007)에 이어 <문프린세스>를 그의 두 번째 영어영화로 내놓았다. “전형적이지 않은 독특한 분위기”를 원했다는데, 시각적으로만큼은 그 연출의도를 제대로 구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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