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앤드 스타스, 케이전 주얼, 조지언 크리스털. 디자이너 브랜드의 컬렉션이 아니다. 수박, 덩굴제비콩, 마늘 등에 붙은 종자의 이름이다. 탄생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 이 이름들에서 황홀함을 느낀 사람이라면 <자연과 함께한 1년>을 추천하고 싶다. ‘한 자연주의자 가족이 보낸 풍요로운 한해살이 보고서’ 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도시에서 애팔래치아 산맥 아래의 농가로 이주를 결심한 바버라 킹솔버와 그 가족의 이야기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임감에서 결심한 귀농은, 엄청난 계획으로 시작된다. 직접 재배하거나 지역에서 공급이 가능한 식재료만 먹겠다는 원칙이다. 수확한 곳에서 구입하니 싱싱함은 기본이고, 이동거리가 줄어드니 화석연료의 소비도 적으며,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커진다는 올바른 이유에서다. 당연히 쉽지 않다. 진열된 상품을 고르던 즐거움을 포기하고 흙 묻은 당근을 시장 바닥에서 고르는 일은 낯설다.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재배와 수확이 불가능한 겨울에는 저장고의 말린 청과로 계절을 나야 한다. 하지만 이 귀찮고 불편한 과정은, 우리가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대는 먹을거리 걱정에 대한 충실한 대안이다. ‘2007년 비소설부문 최고의 책10’에 이 책을 선정한 <타임>의 평을 빌리면, 유기농 표식을 찾아 고가의 식재료 코너를 찾는 현대인의 아이러니를 “꾸짖음없이 온화하고 재미있게 설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