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가장 소중한 가치는 용기 <작은 영웅 데스페로>
장미 2009-02-11

synopsis 데스페로는 태어날 때부터 범상치 않은 생쥐였다. 거대한 귀부터 유난히 왜소한 몸집까지 모든 것이 다른 생쥐들과 달랐으니 부모의 걱정이 얼마나 컸을까. 생쥐로서 지녀야 할 올바른 습성을 훈련받고자 도서관으로 떠밀려간 그는 책을 갉아먹으라는 형의 명령에도 오히려 독서에 빠져버린다. 충직한 기사가 갖은 어려움 끝에 아름다운 공주를 구해낸다는 동화의 영향이었을까. 우연히 피 공주와 마주친 데스페로는 생쥐의 법도를 무시한 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생쥐 사회에서 쫓겨나 무시무시한 시궁쥐의 세계에 버려진다.

<작은 영웅 데스페로>는 기본적으로 중세의 기사 이야기에 심장을 둔 애니메이션이다. 한 가지 특이점이라면 인간 기사의 자리에 생쥐를 놓았다는 것이랄까. 작은 생쥐 한 마리가 인간 세상에 희망을 가져오리라 설파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용기. 무채색으로 가라앉고 비는 오지 않는데다 가장 큰 즐거움인 수프마저 금지당한 도르 왕국 사람들은 겁없는 생쥐 데스페로의 도움으로 총천연색 태양과 비를 맞이하며 수프까지 되찾는다. 모험의 쾌감을 극대화하고자 덧붙인 설정들도 있다. 시궁쥐 사회는 문명화된 생쥐 세계와 대조를 이루듯 무질서로 가득 찬 더러운 지하공간인데, 본능으로 피가 끓는 이곳 생쥐들은 고대 로마인들처럼 원형경기장에 모여 잔인한 살인경기를 즐긴다. 데스페로와 그가 충성을 맹세한 공주가 위기에 처하는 곳 역시 환호하는 시궁쥐들로 바글대는 이 원형경기장이다.

뉴베리상을 거머쥔 케이트 디카밀로의 소설 <생쥐 기사 데스페로>는 사실 영화보다 동적이진 않지만 한층 섬세하고 시니컬한 책이다. 원작에서 조용한 몽상가로 묘사된 데스페로를 쥐덫 넘기를 즐기는 용사로 바꾼 것은 모험담에 집중하려는 의도라 하더라도, 아동용 애니메이션임을 지나치게 의식해 생긴 아쉬움이 여전히 눈에 띈다. 특히 악역들이 매력을 잃은 것이 가장 큰 단점. 시궁쥐의 본성을 거슬러 빛을 애타게 연모한 까닭에 납치까지 감행하던 시궁쥐 로스큐로는 설정 자체가 바뀌면서 호소력이 떨어지고, 공주를 꿈꾸는 못생긴 시녀 미그는 어린 시절 겪은 잔혹한 주먹질이 삭제되면서 분수를 모르는 아둔한 캐릭터로 전락하고 만다.

한국어 더빙판은 신애라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영어 버전에선 매듀 브로데릭, 더스틴 호프먼, 케빈 클라인, 에마 왓슨, 시고니 위버 등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작은 영웅 데스페로>는 크리스마스 한주 전인 12월 셋쨋주 북미에서 개봉해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