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단짝 친구 멜(페이튼 리스트)과 줄스(카메론 굿맨)는 기분전환 겸 멕시코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싸구려 비행기에서의 장시간 여행은 몸을 지치게만 했다. 멀미에 시달려 공항에 내리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간 멜과 이를 도와주느라 정신없는 줄스. 처음 보는 두 남자가 같이 놀자며 접근하지만 해가 져 인적이 드문 공항에서의 낯선 사람은 반갑기보다 무섭다. 게다가 날씨는 비. 둘은 이상하게 친절한 운전사 남자에 이끌려 공항버스를 타고, 멜과 줄스에게 접근했던 두 남자 역시 버스에 동행한다. 집으로 향할 줄 알았던 버스는 음침한 마을을 맴돌고 운전사 남자는 갑자기 살인마로 돌변한다.
영화 속 공포의 전형적인 공간은 휴양지 산 너머의 폐허, 수십년간 문조차 열어보지 못한 저택의 다락, 긴 역사를 가진 학교의 과학실이나 미술실 같은 허름한 장소였다. 알려지지 않은 비사가 한 움큼은 숨겨져 있을 것 같고, 조금만 건드려도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음침한 그런 곳 말이다. 하지만 최근의 공포는 그 출처를 다른 대상에서 찾는다. 매일 가지고 다니는 휴대폰(<폰> <착신아리>)이나, 출퇴근 수단으로 이용하는 지하철(<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유실물>) 등. 그리고 이번엔 공항 리무진 버스가 등장한다. 미국 출신 감독 에드워드 앤더슨의 연출 데뷔작인 이 영화는 우연히 한 버스에 탄 5인의 남녀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 사이에서 어떤 사실이 밝혀지는지를 공포의 요소로 사용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살인마로 변한 운전사의 잔혹한 행위는 관객을 겁줄 수단들이다.
<셔틀>의 시작은 잔인하다. 펑크가 난 타이어를 갈던 남자는 사고로 다섯 손가락이 잘리고, 본심을 드러낸 운전사는 한 남자의 코를 칼로 자른다. 피와 신체부위가 난자하는 슬래셔 무비인가 싶지만 중반 이후부턴 그렇지도 않다. 영화는 운전수가 왜 두 여자를 태웠는지,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꽁꽁 숨겨놓은 채 운전만 계속한다. 이야기의 진전이 없으니 긴장도 없다. 허술하게 시도됐다 실패하는 두 여자와 두 남자의 탈출 시도도 영화를 싱겁게 만든다. 사람은 하나둘 죽어가지만 늘어진 이야기는 이들의 지옥 같은 풍경에 긴박감을 주지 못한다. 도대체 저들의 드라이브는 어떻게 계속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감독은 후반부에 운전사의 사연을 드러내며 영화를 일종의 심리스릴러물처럼 포장하지만 공포 장르 안에서 제대로 균형을 잡지 못한 영화는 모든 게 어중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