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무사들이 세상을 호령하는 전국시대. 소년 코타로는 누군가의 추적을 피해 달아난다. 그의 친구는 한 마리 충직한 개뿐이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명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한 무리의 무사들이 코타로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그중에는 가공할 실력을 지닌 라로우도 있다. 그때 우연히 코타로는 길에서 이름없는 무사 나나시와 동행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피신처인 만각사까지 가게 된다. 나나시는 과거에 지은 살인죄를 후회하며 칼을 봉인하고 살아가는 무사인데, 그는 코타로를 보호해주기로 한다.
<스트레인저: 무황인담>은 <건담> <공각기동대>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 뛰어난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그동안 작화를 맡아온 안도 마사히로의 극장 장편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연출자로서의 데뷔는 성공적인 것처럼 보인다. 많이 들어온 이야기와 그렇지 않은 이야기가 장르의 구조 안에서 적절하게 섞여 일단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다. 불로장생의 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아이의 목숨(그게 주인공 소년 코타로를 명의 황제가 죽이라고 명령한 이유다), 그걸 쫓는 잔인하지만 신비로운 무사들, 그럼에도 소년을 지키기 위해 홀연히 어디선가 나타난 허름한 낭인 무사. 그들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이 이야기가 무리없이 잘 흘러간다.
캐릭터도 그동안 보아오던 것과 새롭게 덧붙여진 것이 잘 조화되고 있다. 특히 명에서 건너온 무사들 중 우두머리인 라로우는 사실 금발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외국인이다. 그는 황제의 명령에 큰 관심이 없으며 틈만 나면 자기의 무술 실력을 겨뤄볼 만한 마지막 진짜 무사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코타로를 지키는 이름없는 낭인 무사도 실은 패전한 족속의 일원, 즉 이방인이라는 설정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최고의 실력자는 두 이방인이다. 그들이 만나 마지막 장면의 활극을 만들어낸다. 자신을 돈으로 사줄 영주가 있다면 언제든 수하로 들어가 충복을 약속하는 시대. 재치있게도 코타로는 낭인 무사 나나시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자기가 가진 몇푼짜리 보물로 그를 끌어들인다.
하지만 결국 이 영화의 재미는 시대상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그들의 원초적인 움직임일 것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무협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아니 그보다는 애니메이션이기에 더 가능해진 육체의 자유로움으로 활공하는 전투신. 그런 장면들이 더 큰 재미를 준다. <공각기동대>나 <신세기 에반게리온>처럼 두고두고 전설의 애니메이션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기대하지 않고 극장에 들어섰을 때 요즘 종종 시큰둥해 보이는 블록버스터나 대형 무협영화보다 더 알찬 쾌감의 영화보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