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 안되는데….”
그러니까 모든 일은 그 남자의 ‘립싱크’에서부터 시작됐던 것이었다. 한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돌이었던 그 남자 남현수. 그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었으니, 어떤 상황에서도 본인의 ‘절대음감’을 놓치지 않는 최고의 ‘음치’였던 것. 아이돌 시절에는 노래 잘하는 멤버들 사이에서 살짝 묻어가는 게 가능했지만, 솔로로 데뷔한 뒤에는 진짜 가수를 무대 뒤에 숨겨두고 ‘립싱크’로 불러야 했다. 1집은 그럭저럭 성공했지만, 2집 때는 진짜 가수가 성형수술을 받은 뒤 독립해 나가면서 말 그대로 ‘쪽박’을 차게 된다. ‘2집 망한 뒤 3년 꼬꾸라져 본’ 남현수는 노래를 포기하고 라디오 DJ 남현수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하늘은 정녕 남현수의 편이 아니었단 말인가! 술이나 마약보다 더 끊기 어렵다는 노래를 끊고 모범적으로 살아가던 이 남자에게 날벼락이 떨어진다. 정남(22)이란 이름의 여자가 자신을 딸이라고 주장하며 현수의 오피스텔로 쳐들어온 것이다. 정남은 현수가 중학교 3학년 때 저지른 ‘실수’로 태어난 딸. 당대 최고 인기를 누리던 박혜성과 김승진의 립싱크로 옆집 대학생 누나를 홀린 게 죄라면 죄였다. 설상가상! 정남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저지른 ‘실수’의 결과물인 아들 기동(5)까지 매달고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현수는 스캔들이 두려워 정남의 존재를 부정하려 애쓰지만 결국 혈육의 정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그러나 역시 피는 못 속이는 법. 정남은 가수가 꿈인 20대 초반의 평범한 젊은이다. 정남은 현수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노래 콘테스트에 출연시켜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한다.
“그래 한번 불러보아라.”
정남은 부드러운 미소로 기타를 쥐고 최용준의 <아마도 그건>을 부르기 시작한다. 아뿔싸! 정남 역시 동아시아권에서는 이름난 ‘절대음감’이었던 것.
“정남아, 우리 콘테스트 나가지 말자.” “제가 부끄러우신 거죠. 그렇지만, 내 얼굴, 내 코, 다 아버지가 만들었잖아.” “너 같은 딸 바란 적 없어!” “미혼모도 하고 싶은 일 많거든요.”
정남은 울먹이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이때, 기동의 유치원에서 전화가 온다.
기동 역시 같은 유치원의 김무궁화(5) 어린이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피아노를 맹연습하지만 아무리 연습해도 도·레·미·파 이상을 못 넘어가는 절대음감이었던 것. 좌절한 현수는 기동이에게 자신을 할아버지라 부르지 말고, 엄마네 큰아버지 사돈의 팔촌의 옆집 사람이라고 부르게 만든다.
마침내 콘테스트 왕중왕전. 립싱크를 통해 예선을 통과한 정남은 김아중의 최고 난이도의 노래 <아베마리아>를 열창하기 시작한다. 첫 소절부터 엄청난 포스를 뿜어내는 정남의 ‘오버’에 생방송 현장은 후끈 달아오른다. 머리를 쥐어뜯던 담당 PD는 마침내 외치기에 이른다.
“뭐하는 거야. 어서 끌어내~!” “기동아, 기동아.”
웬일인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끌려나가는 정남. 딸이 기타를 자유자재로 치며 세 옥타브 반이나 올라가는 놀라운 가창력의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손자가 다섯살의 나이에 피아노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음악 천재가 아니더라고 현수는 그들의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두구두구둥 <과속스캔들1-1> 개봉 박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