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포츠다머 광장 근처는 영화, 방송 관계자들의 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넓게 깔린 레드카펫, 곰 그림이 그려진 붉은 깃발, 붉은색 영화제 포스터들. 곳곳에 보이는 붉은색이 춥고 매서운 날씨를 잊게 만드는 이곳. 환갑을 한해 앞둔 제5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 하루 전인 2월4일 오후의 풍경이다.
2월5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이번 베를린영화제는 ‘정치적 영화제’란 명색에 걸맞게 가장 시의성있는 금융위기를 주제로 내세웠다. 개막작이 돈세탁, 테러, 무기거래와 연관된 범죄를 다룬 액션스릴러 <인터내셔널>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인터폴 형사와 국제 검사가 베를린에서 밀라노, 뉴욕, 이스탄불까지 연결된 돈의 흔적을 추적하는 이 영화는 독일 출신 톰 티크베어가 감독하고 나오미 왓츠와 클라이브 오언이 주연했다.
또 포럼과 파노라마 섹션에는 세계 식품산업계 문제를 파헤친 다큐멘터리영화 <푸드 Inc.>를 필두로 지금 가장 중요한 세계적 화두 중 하나인 먹을거리를 다룬다. 독일영화가 많이 선보이는 것도 올해 영화제의 특징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386편 작품 중 독일영화는 무려 98편에 이른다. 홈그라운드에서 자국영화를 키우겠다는 야심이 엿보인다고 할까.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과 함께 베를린영화제는 지금 세계의 문제들을 껴안고 막을 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