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수, 여배우를 지켜보는 건 흥미진진하다. 활짝 피었다가도 쉽게 지고, 다 끝이 났나 싶다가도 다시 피어오른다. 1982년 <나는 열여섯>이란 노래로 데뷔한 고이즈미 교코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쿙쿙이란 애칭으로 화려한 10대 시절을 보냈고 영화 <생도쇼군> 이후엔 배우로도 성공을 누렸다. 하지만 배우 나가세 마사토시와의 결혼, 그리고 9년 만의 이혼 뒤엔 연기나 노래보다 연애 스캔들로 자주 등장했다. 심지어 캇툰의 가메나시 가즈야와의 동거설까지. 나쁘지 않은 드라마나 영화는 꽤 있었지만 최근까지도 고이즈미 교코는 나이든 아이돌의 쓸쓸한 퇴로처럼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5년 만에 발표한 앨범 <<Nice Middle>>은 고이즈미 교코가 들려주는 일종의 다짐처럼 보인다. 동세대 뮤지션들과 한곡 한곡 함께 써내려간 앨범은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고 동시에 새롭다. 도쿄 넘버 원 솔 넷의 싱글 <이노센트 러브>를 다시 커버한 동명의 1번 트랙에서 고이즈미는 전자 사운드에 자신의 목소리를 우아하게 섞어낸다. ‘멋진 중년’만이 할 수 있는 편안한 가창은 체념조의 연애 회상곡 <Samida-Rain>에서도 이어진다. 재즈와 포크, 블루스를 넘나드는 11개의 트랙을 들으면서 ‘쿙쿙’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아 반가울 뿐이다. 이뿐이던가. 고이즈미 교코는 2008년 <전전> <도쿄소나타> <구구는 고양이다>까지 배우로서도 멋진 활약을 보여줬다. 역시 여가수, 여배우는 기다리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