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유아가 살해당해 계곡에 시체가 유기된다. 경찰이 용의자로 꼽은 사람은 아기의 엄마. 조사가 진행될수록 짙은 화장과 눈에 띄는 옷차림으로 시선을 집중시킨 그녀는, 이웃 남자가 사건의 공범이라고 진술한다. 그리고 진위를 확인하는 경찰에게 남자의 아내는 남편과 아기의 엄마가 내연의 관계라고 말해 의심을 더한다. 한편 사건을 취재하던 주간지 기자는 우연히 그 남자가 16년 전 대학 야구부 윤간사건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악인>의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 <사요나라 사요나라>는, 두개의 시간축에 놓인 별개의 두 사건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직조한 기묘한 소설이다. 소설은 기자의 입장에서 현재 벌어진 사건의 진상을 좇는 듯 보이지만, 실은 과거의 비극으로 엮인 두 사람에게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공을 들인다. 소설의 두 주인공은 16년 전 우발적으로 일어난 범죄의 피해자와 가해자다. 그리고 악연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두 사람은, 운명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인연으로 다시 만난다. 제목이 말하는 “사요나라”(안녕)의 의미는 책장을 다 넘긴 뒤에야 찾아온다. 함께 있지 않으면 불행하고, 그렇다고 함께 있어도 행복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