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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바이러스 전쟁
2001-11-22

WW3 2001년,감독 로버트 만델 출연 티모시 허튼, 바네사 윌리엄스 장르 액션 (폭스)

80년대 후반, <그날 이후>라는 TV영화가 비디오시장에서 인기를 모았다. 미주리주의 한 작은 마을이 핵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그날 이후’ 벌어진 일들을 다큐멘터리적으로 그린 영화다. 91년작 <터미네이터2>도 핵전쟁의 공포가 주제인 것처럼, 냉전이 한창이던 80년대의 핵전쟁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핵이 떨어지고, 온 마을을 낙진이 뒤덮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어떻게 되었을까. <그날 이후>는 핵전쟁을 흥미 위주로 다룬 액션영화가 아니라 핵전쟁 이후 벌어질 일들을 과학적으로 예측하여 보여준 영화였다. <그날 이후>의 매력은 바로 그 ‘현실 가능성’ 때문이었다.

생화학무기를 이용한 테러의 여파를 그린 <최후의 바이러스 전쟁>이 흥미로운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탄저균이 든 편지 때문에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아웃브레이크>가 개봉할 때만 해도 ‘바이러스’의 살포는 그다지 현실적인 위협이 아니었다. 그러나 21세기는 다르다. <최후의 바이러스 전쟁>은 멕시코시티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유람선에서 시작된다. 급증한 감기환자들이 피를 토하고, 하룻만에 승객 대부분이 발병한다. 미국 정부는 세균테러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배를 격리시킨다. FBI 요원 래리 설리반은 상부의 명령으로, 70년대 닉슨 정권하에서 세균무기를 개발했던 삼촌 존을 찾아간다. 존과 함께 병원균의 정체를 찾아냈지만, 그 바이러스를 만든 옛 소련의 과학자는 이미 미국에 잠입해 있었다. 국제정세도 심각하다. 러시아는 이라크와 협정을 맺고,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 한다. 3차 세계대전의 위기가 온 것이다.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살포는 핵무기보다 더욱 위협적이다. 혹은 효과적이다. <최후의 바이러스 전쟁>에서 보듯 세균을 살포하는 법은 간단하다. 야구장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서 툭툭 털어버리면 된다. 그렇게 시카고, LA, 플로리다 등 몇 군데만 살포하면 10여일 만에 미국 전역이 감염되고 치사율은 90%가 넘는다. 화면 자체가 박진감 넘치는 것은 아니지만, <최후의 바이러스 전쟁>이 제시해주는 ‘최악의 상황’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경악스럽다. 현실의 위험과 인간이 피해가야 할 길을 미리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최후의 바이러스 전쟁>은 볼 만한 영화다.

김봉석/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